라면 가격 동결한 삼양식품의 '뚝심'…'글로벌 성장'이 만든 여유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식품업계의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 행렬 속에서 삼양식품이 '가격 동결'을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마진이 좋은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해외 실적 호조에 힘입어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원가 상승 압박을 감내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은 농심·오뚜기와 달리 적어도 올해까지 제품 가격을 동결, 국내 라면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지난달 17일부터 △신라면 5.3% △너구리 4.4% △안성탕면 5.4% △짜파게티 8.3%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올렸다. 2022년 9월 이후 2년6개월만의 가격 인상이다. 이에 따라 신라면은 950원에서 1000원이 됐다.
오뚜기는 이달 1일부터 주요 라면류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진라면 716원→790원(10.3%) △오동통면 800원→836원(4.5%) △짜슐랭 976원→1056원(8.2%) △진라면 용기 1100원→1200원(9.1%) 등으로 각각 올랐다. 오뚜기 가격 인상은 2022년 10월 가격 인상 이후 2년 5개월만이다.
반면 삼양식품은 가격 동결을 결정, 농심과 오뚜기와 다른 행보를 택했다. 삼양식품이 '남다른 길'을 택할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해외사업의 성과 덕분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24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77%로, 경쟁사인 농심(약 39%), 오뚜기(약 10%)와 비교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마진이 높은 해외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도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지속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삼양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9.9%로 농심(4.7%)과 오뚜기(6.3%)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불닭의 프리미엄'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어간 영향이다.
삼양식품은 현지 생산을 하지 않고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 후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 프리미엄 고가 정책을 통한 수익성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다.
해외 수출 판매량이 늘면서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도 봤다.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이 구축된 밀양 1공장 대량생산라인 설비 효율성을 높이면서 공장 평균 가동률(공장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 비율)은 2023년 60.9%에서 지난해 82.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 전체 생산설비 평균 가동율도 65.6%에서 71.2%로 증가했다.
공장 생산 설비를 효율화하고, 대량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재료 단가를 낮출 수 있었던 것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고려하면 국내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가격 인상보다는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의 입지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국내외 생산기지 구축과 현지법인 역할 강화 등에 주력해 해외 사업 부문 성장세를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가격을 올리기보다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전략을 택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삼양식품에 대한 소비자들 신뢰와 브랜드 가치 향상을 모두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