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등 AI 신약 개발 역량 강화 나서…韓, 아직 '걸음마'

글로벌 제약·바이오, AI 상용화 가속…국내선 AI 설계 물질 안전·효능 입증 한계 전문가 "'AI 기술 활용' 바이오 데이터 확보·개인정보 보호 이슈 해소 병행돼야"

2025-04-02     김예령 기자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AI 기술을 앞세워 신약 후보 물질 개발은 물론, 임상 단계까지 진입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후보물질 발굴 등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는 등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AI 기술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 이슈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제기된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제약사(시가총액 기준) 가운데 AI 신약 개발 관련 전담 조직을 갖춘 기업은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이다.

그중에서도 대웅제약은 2021년 가장 먼저 AI 신약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약 8억 종의 화합물 분자 모델을 전처리해 자체 데이터베이스(DB)인 '다비드'(DAVID)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AI 신약 연구·개발(R&D) 시스템 '데이지'(DAISY)를 오픈했다.

대웅제약은 해당 시스템을 통해 신약 후보 물질 탐색부터 전임상, 임상, 시판까지 개발 전 주기에 걸쳐 AI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자사 AI 스크리닝 툴 'AIVS'를 통해 표적 단백질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빠르게 탐색하고, 3D 모델링 기반 생성형 AI 기술로 특허 가능성이 있는 신규 물질을 도출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비만·당뇨 치료제 분야에서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단 2개월 만에 발굴한 바 있다. 기존 연구 방식으로는 1년 이상 걸릴 작업을 AI를 통해 단축한 것이다. 회사 측은 항암제 분야에서도 암세포 억제 효능을 가진 선도물질을 6개월 만에 발굴해 특허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도 AI 기반 신약 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자체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의 빅데이터 기반 약물 시스템인 '주얼리'(JWERLY)와 '클로버'(CLOVER)를 통합해 AI 신약 개발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구축했다. 이 플랫폼은 유전체·화합물 데이터베이스와 자체 AI 모델을 결합한 형태로, 항암·면역·재생의학 등 3대 질환을 중심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AI 기술을 실제 연구 파이프라인에 반영해 일부 성과를 도출한 바 있다. 항암제 'JW2286', 탈모 치료제 'JW0061' 등이 AI 기반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됐다. 

다만 일부 기업들이 후보물질 탐색에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이 신약 성공을 주도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임상이나 임상 단계까지 자동화된 검증 체계를 갖춘 사례가 드물어 AI가 설계한 물질이 실제로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AI가 발굴한 후보물질이 실제 임상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거나 기대했던 개발 속도 단축 효과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빠르게 도출하는 데는 국내 제약사들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 물질이 실제로 인체에 작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 기반의 검증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신약화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바이오 데이터 확보와 개인정보 보호 이슈 해소가 병행돼야 한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데이터 접근성과 활용도에 대한 제약이 크기 때문에 공공 데이터 활용 확대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생태계 구축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준이 명확히 정립돼 있어, 기업들이 법적으로 안심하고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 같은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다양한 기관 및 AI 기업들과 데이터를 적극 연계하며 AI 신약 개발을 실제 임상 단계까지 빠르게 진입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이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 AI 플랫폼 '복스'(VOX)를 통해 현재 19개 신약을 개발 중이며 얀센은 영국 베네볼런트 AI와 공동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이 임상 2상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