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6곳 "정기상여 통상임금 포함, 경영에 부담"

대한상의 조사…임금 인상 최소화, 상여 축소 등 대응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심화…줄소송 우려도"

2025-03-30     이승구 기자
작년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기업 10곳 중 6곳이 '조건부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판결에 대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 합의 기본 원칙에 근거해 법·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발표한 최근 조건부 상여금이 있는 17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판결 100일, 기업 영향 및 대응 긴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3.5%가 "통상임금 충격이 부담되거나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라고 답했다.

작년 12월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단요건으로 작용해온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고정성 요건을 폐지하면서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100일을 맞은 현재 기업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은 '때 아닌 줄소송', 중소기업은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고심 중이다. 그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심화되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전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후 예상되는 임금 상승률은 대기업의 55.3%가 '5% 이상', 23.1%가 '2.5% 이내'였다. 반면 중소기업의 예상 임금 상승률은 25%가 '5% 이상', 43.4%가 '2.5% 이내'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정기상여금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을 계획 중이다.

대응책(복수 응답)을 보면 가장 많은 기업의 32.7%가 '임금 인상 최소화'를 꼽았다. 뒤이어 '정기상여금 축소 또는 대체'(24.5%), '시간 외 근로 시간 축소'(23.9%), '신규 인력 감축 등 인건비 증가 최소화'(18.9%),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성과급 확대'(17.0%) 등의 순이었다.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21.4%에 달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올해 임금 교섭 주요 의제는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될 것으로 보이며, 당장 현실화하지는 않아도 잠재된 소송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판결로 재정적, 법적 위험에 노출된 기업 입장에서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지형이 바뀌면서 고강도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상임금 컨설팅까지 받는 형국"이라며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 합의 기본 원칙에 근거해 법·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