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이사장 "일부 병원, '묻지마 CT·혈액검사' 도 넘었다"
안과병원서 평균치보다 11배 많은 혈액검사, 코로나19 입원 97%가 CT 검사 병원도 年 외래이용 365일 초과 2천448명, 25종↑ 약물복용 5천명…"환자도 자제해야"
병원에 가면 많은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접하게 된다.
CT는 X-선을 이용해 인체의 단면 영상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검사다. 단순 X-선 촬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인체 내부의 다양한 구조물(뼈, 혈관, 장기 등)을 횡단면 3D 영상 등으로 구현해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CT 촬영이 국내 일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과도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7일 오후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여의도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서 2023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 환자에게 CT 검사가 유독 많았던 병원들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A 병원의 경우 코로나19로 치료받은 환자 8천602명 중 30.6%에 달하는 2천630명에게 CT 검사를 시행해 전체 병원 중 검사율 1위를 차지했다. 이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외래나 입원 치료를 받게 된 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이 고가의 CT 검사를 받은 셈이다.
두 번째로 검사 건수가 많았던 B 병원도 코로나19 환자 1천940명 중 528명(27.2%)에게 CT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입원 진료를 받은 환자로 국한하면 이들 병원의 CT 촬영률은 97.2%에 달했다. 명목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폐렴 여부를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게 건보공단의 분석이다.
하지만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폐렴은 CT로 진단하는 병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통상 폐렴은 X-선 검사에서 폐렴에 해당하는 침윤과 백혈구 수치 증가, 숨 가쁨, 가래 등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한다"면서 "CT 촬영률이 97.2%라는 건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이런 진단 과정과 상관없이 무조건 CT를 찍었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일부 병원에서 과도하게 시행되는 혈액검사(CBC)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건보공단이 일반 혈액검사 건수가 많은 의료기관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C 병원은 전문 진료과목이 안과인데도 환자들에게 평균치보다 11.66배나 많은 혈액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이사장은 "혈액검사가 평균치의 11배라는 건 다른 병원에서 한 번만 하고 말 것을 이 병원은 11번이나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안과병원에서 일반 혈액검사로 백혈구, 적혈구 수치를 거의 매일 들여다볼 이유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 이사장은 "입원 중인 병원에서 매일 아침 혈액검사를 한다면 의료진에게 매일 피를 뽑아가는 이유를 묻고, 경미한 증상인데도 CT를 자꾸 찍으라고 한다면 왜 찍어야 하는지 한 번은 꼭 문의하는 습관을 지니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정 이사장은 2023년도 기준으로 연간 외래 이용이 365일을 초과한 환자가 2천448명에 달하고, 25종 이상의 약물을 상시 복용하는 환자가 5천명이라는 내부 분석자료를 공개하면서 환자들도 과도한 의료기관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