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창립 세일 아닌 '생존 세일'…현금 확보 총력전

2025-03-28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대규모 할인행사를 연달아 진행한다. 통상 창립 기념 세일을 진행하는 3월 매출이 높은 만큼, 이를 통해 상거래채권 변제에 필요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창립 28주년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슈퍼세일 '홈플런 이즈 백(is BACK)'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이달 13일부터 26일까지 '앵콜! 홈플런 이즈 백'을 실시했으며, 이튿날인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4월 2일까지 '홈플런 고객 감사제'를 진행한다. 

이로써 홈플러스는 '홈플런 이즈 백'부터 추가 앵콜 행사, 고객 감사제까지 3월 한달을 대규모 할인 행사로 꽉 채우게 됐다. 특히 이번 홈플런 감사제의 경우 지난해에는 진행하지 않은 행사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상거래채권 대금 지급을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의 행사로 보고 있다. 현재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만큼,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업활동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입점업주, 협력업체에 정산해야 하는 대금 뿐 아니라 매입채무유동화 채권까지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해 전액 변제하겠댜고 약속한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달 납품대금으로 평균 3000~3500억원이 지출된다. 이달 영업을 통한 순 현금 유입액은 3000억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잇단 대규모 할인 세일은 단기간 내 고객 집객 효과를 높여 현금을 최대한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현금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행사를 연장했다는 의혹에 대해 홈플러스는 '계획된 행사'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3월은 홈플러스 브랜드 창립에 맞춰 본 행사, 앵코르 행사, 마무리 행사 등의 포맷에 맞춰 행사를 계속 이어왔다"며 "이번 행사도 사전에 마련된 연간 행사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에 따른 현금 확보를 위해 행사를 기획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카드 매출액' 감소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달 4일 이후 한 주간 동안의 매출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던 작년 동기 대비 13.4%나 증가했으며, 객수도 5%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 직후 열흘간(2월 28일~3월 9일) 홈플러스 온라인 '마트직송' 매출은 전년 대비 16% 뛰었고, '즉시배송' 매출 또한 두자릿 수 가량 늘었다.

2차로 진행한 앵콜 홈플런 행사 매출도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에 나선 만큼, 상품권이 무용지물이 될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사 기간 중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 프로모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금 확보에는 용이하지만 결국 이 또한 비용이기 때문에 추후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협력업체들이 여전히 대금 정산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부분의 업체와는 합의가 이뤄져 납품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우유 등 일부 업체들과는 대금 지급 조건 조율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유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카테고리 중 매출 상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수요가 높은 제품이다. 서울우유의 납품 중단이 지속될 경우 영업에도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다른 업체들 또한 영향을 받을 우려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런은 1년에 한 번 하는 창립 기념 세일인 만큼 최소 6개월~1년의 준비 과정을 거치면서 마케팅 비용도 대대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홈플런 행사가 이렇게 연장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 투자 대비 효과가 제대로 나올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지속해서 이어가는 것이 협력업체들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행사가 마무리 되는 4월부터 홈플러스 매대의 물건이 얼마나 빠질 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