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겠다' 배민 vs '무료 연장' 쿠팡이츠…입점주·소비자 선택은

2025-03-25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국내 배달앱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가 '포장 수수료'를 두고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배민이 다음달 14일부터 포장 주문 수수료 유료화 계획을 발표하자, 쿠팡이츠는 내년 3월까지 무료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반대의 길을 택한 양사의 이번 선택이 배달앱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츠는 입점한 모든 매장을 대상으로 포장 주문 서비스에 대한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1년 연장하는 상생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는 배달앱 분야 자율규제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논의를 통한 성과다. 이번 결정으로 쿠팡이츠의 포장수수료 무료 상생 지원은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오는 4월부터는 기존 대비 수수료를 최대 7.8%~2%까지 인하한 상생요금제도 시행, 입점 외식업주를 대상으로 한 다각도의 상생지원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쿠팡이츠는 국내 주요 배달앱 3사 중 유일하게 포장 수수료를 무료로 지원하게 됐다. 이를 통해 신규 업체 입점과 이용자 수를 확보, 배민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쿠팡이츠가 무료 정책 연장 계획을 밝힌 시점도 공교롭다. 배민이 포장 주문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지 8일 만에 쿠팡이츠는 정반대 노선을 타겠다고 발표해서다. 이를 두고 다분히 배민을 의식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장 수수료 도입 여부는 배달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업계에서는 포장 주문 역시 앱에 포함된 기능으로, 포장 주문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 및 마케팅 개발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서비스 이용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포장 주문 서비스 도입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입점업주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중개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했던 만큼, 이제는 제값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배민은 다음달 14일부터 입점업주들에게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 6.8%를 부과하기로 했다. 포장 주문을 '픽업'으로 리브랜딩하고 대대적인 앱 개편 및 기능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포장 주문 활성화를 위해 연간 약 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배민 관계자는 "픽업 주문이 많아질수록 업주 입장에서는 가게 이익률이 높아지고 고객과 직접 만나 매장을 소개할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은 이같은 계획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배달앱의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 부과 조치는 외식업 점주의 추가적 부담으로 작용해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47.6%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으로 음식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면 외식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포장 주문을 활성화 하겠다면서 정작 자영업자에게 추가 부담을 주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수료 부과가 오히려 포장 주문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며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배민의 포장 수수료 유료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업주·소비자들의 '앱 이탈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양사의 입점업체 관리 앱인 '배민사장님'과 '쿠팡이츠사장님'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30만명과 21만명으로 나타났다. 1월 기준 17만명까지 벌어졌던 양사의 입점업체 수는 12월 9만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이 격차가 더욱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 MAU도 마찬가지다. 배민의 MAU는 최근 2200만명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올해 1월 2261만명에서 지난달 2252만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반면 쿠팡이츠는 1월(1002만명)들어 처음으로 MAU 1000만명을 돌파하더니, 2월에는 1026만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553만명) 대비 무료 121.7% 증가한 수치로, MAU가 지속 상승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월 기준 배민과의 MAU 격차도 1226만명으로 줄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올 한해 포장 수수료를 무료 지원하면서 업계 분위기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유료화 하기 보다 1년 단위로 무료 정책 연장 여부를 논의하면서 시장 내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아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배민과 달리 포장 수수료 무료화를 연장하면서, 배민에 불만을 가진 입점업주와 소비자들이 앱을 이탈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결정이 배달앱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