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니 기습 유상증자…밸류업 역행 행태에 개미들 '격앙'
지난해 고려아연, 올해 삼성SDI·한화에어로까지 주주 피해 속출 중점심사 결론 나기도 전에 "엄청나게 긍정적" 이복현 발언도 논란
국내 증시가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최근 상승세를 타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삼성SDI 등 대기업 상장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대해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기습적인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피해가 커지는 등 증시 밸류업에 역행하는 대기업들의 경영 행태가 끊이지 않는 데다, 감시·규제권을 가진 금융당국도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무려 3조6천억원으로, 국내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신규로 자사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손쉬운 방식이 될 수 있으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해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유상증자는 다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폐해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내 증시에서는 논란의 유상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삼성SDI가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일 삼성SDI 주가는 6.18%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당시 유상증자에 대해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자기자본 펀딩 방식을 취한 점은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당분간 주가에 다운사이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회사 측은 어려운 업황 속 지속적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으나, 증권가에서는 투자 방향의 타당성과 별개로 유상증자 외에 방법이 없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예상되는 연결 영업이익만 3조5천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 규모에 맞먹고, 이후로도 꾸준한 이익 개선세가 기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투자금 조달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지난 18일 장중 78만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를 쓴 시점이어서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주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하고는 결론도 나기 전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금감원의 행보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심사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