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민감국가' 지정…원자력·AI 등 협력 제동 우려
에너지부, 1월초 추가 확인…"양국 과학·기술 협력에 새 제한 없어" 심리적 압박·장애 요소 예상…'협력 필수' 원자력 분야 큰 타격 우려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미국이 최근 동맹국가인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리스트에 오르면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이 제한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리스트 추가가 에너지와 원자력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미 에너지부 주재로 이뤄진 만큼 양국의 첨단 기술 협력에 직접적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에너지부(DOE)는 4일(현지시간) 한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들어있다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 1월 초 이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DOE는 한국이 SCL 목록 내에 포함됐지만, 양국간 에너지·원자력·핵 정책 등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DOE는 산하 17개 국립연구소를 통해 AI·원자력·양자 등 각종 첨단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한국의 주요 과학 기술 협력 대상 중 하나다.
그러나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새 제한은 없다는 DOE의 설명에도 실제적 협력에는 유무형의 제한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이미 과학기술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DOE 홈페이지에 따르면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할 수 있다.
이 목록은 DOE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 등이 관리하며,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들은 DOE 관련 시설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 및 관련 연구에 참여하려면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DOE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민감국가 리스트의 최하위 범주여서 기존 민감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보다는 제한이 엄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민감국가로 지정된 만큼 DOE가 연구 협력에서 원자력을 비롯해 국가 안보와 관련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고, 인력 교류 및 공동 연구와 프로젝트 참여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연구진 간 협력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심리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또 DOE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관련 시설을 방문할 때 승인 요청 기한이 길어지는 등 실제 협력 장애 요소들도 발생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 최근 공들인 과학기술 분야 협력의 중심이 미국이고, 그중에서도 DOE 산하 국립연구소가 핵심 기관들이었던 만큼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전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시절부터 과학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3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간 연구기관 협력 파트너로 DOE 산하 국립연구소들이 지정되기도 했으며, 과기정통부도 지난해 11월 에너지부와 차관 면담을 통해 핵융합과 양자, AI 등 주요 전략기술과 관련한 공동연구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기술들은 미국이 벽을 높이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기술로 지목받고 있는 만큼, 안보 기술 공유를 규제하는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한국의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발, 파이로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 등 주요 원자력 기술 상당수가 DOE의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 원자력 분야 협력은 자칫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아직 공식 외교채널로 확인된 바가 없는 만큼 상황 파악 등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