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철강 관세' 본격화…관련업계 '긴장 모드'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대해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은 철강 수출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시장인 만큼, 기업들의 큰 피해가 불가피해지며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각국과의 합의에 따라 적용해온 예외와 관세 면제는 원칙상 전부 없앴다.
한국은 2018년부터 미국 철강 시장에서 연 263만t의 무관세 쿼터(수입물량 제한)를 적용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물량 제한은 사실상 폐지됐다.
미국의 철강 관세 대상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볼트와 너트, 스프링 등 파생상품 166개를 비롯해 유예가 예정됐던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도 이름을 올렸다. 우리돈 218조원 상당이다.
정부도 수출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 대책반을 꾸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철강 업계 간담회를 열고 이달 중 철강 통상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처럼 미국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 되면서 국내 철강 대기업들을 비롯해 관련 중소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됐다. 이미 중국발 저가 제품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철강업계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대기업과 비교해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미 관련 중소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에 수출 계약 등에 벌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중소벤처기업부 오영주 장관과이 회담에 참석한 유경연 지제이알미늄 대표는 "올해부터 에어컨, 열교환기 및 변압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미국 현지 기업과 연간 500만 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수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미 관세 부과로 인한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차원의 노력도 절실하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온다.
볼트·너트 등 산업용 파스너 제조업체 신진화스너공업의 정한성 대표는 "대체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어렵다"며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설문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제공, 원산지 증명 교육 확대, 법률서비스 지원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수출국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때 패스트트랙 평가 등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 함으로써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돕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미국과의 소통을 통해 위기 극복을 도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을 필두로 직접 미국으로 가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입장이 강경해 어떤 성과를 가져올 지는 미지수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 범위가 예상보다 넓어짐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이른바 '비상사태'가 됐다"면서 "자동차를 비롯해 수출량이 많은 관련 상품들을 제조하는 기업들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신규 시장 발굴이 필요하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