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주총 시즌 개막…신사업·이사진 재선임 '화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유통업계가 3월 중순부터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에 돌입한다. 올해 주총의 핵심 키워드는 '신사업'과 '이사진 재선임'이다.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신사업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영 지속성과 내부 조직 안정화를 위한 '사내이사 재선임'도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
호텔신라, 롯데하이마트, 농심 등은 신사업 추진을 위해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해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할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전자·전기·통신기계기구 및 관련기기·기타 관련 부속품의 제조'와 '방문판매 및 이에 부수하는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조립 PC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 평생 케어 기반의 안심 상담과 구매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같은 날 주총을 진행하는 호텔신라는 정관 사업목적에 △종합휴양업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 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 등을 추가한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내 실버산업 규모도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롯데호텔리조트, 메이필드 호텔 등 기존 호텔업체도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호텔신라 역시 면세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21일 주총을 개최하고 '스마트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다. 2018년 사내 벤처 형태로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한 지 약 7년 만이다. 정관 사업목적에 스마트팜업을 공식적으로 추가하면서 관련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농심은 2022년 11월 오만에 스마트팜을 수출했다. 이듬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과 스마트팜 수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스마트팜 진출을 추진 중이다. 올해 말까지 사우디의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도 맡을 예정이다.
경영의 지속성과 조직 안정화를 위해 사내이사 재선임에 나서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31일 주총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현대홈쇼핑 부회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재선임 한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사내이사로 재선임 한다.
아울러 정교선 부회장 재선임안은 현대그린푸드(24일)와 현대홈쇼핑(25일) 주총에도 상정됐다. 26일 주총을 개최하는 현대백화점은 '더현대'를 만든 정지영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26일 주총에서 이승준 대표를 사내이사를, 매일유업은 28일 김선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오리온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김 부회장 역시 매일유업의 사업 다각화를 통해 저출산과 내수 부진을 타개한 인물로 꼽힌다.
CJ제일제당(25일)은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분기배당 기준일을 3·6·9월 말로 명시하고 이로부터 45일 이내에 이사회를 열어 배당액수를 결정하도록 한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분기배당도 이사회 결의로 배당액을 확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상장사는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분기배당 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SPC삼립·풀무원·KT&G 등은 26일 주총에서 분기배당을 위한 조항을 신설·보완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기엔 기업들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해 안정성을 가져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신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