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후 홈플러스 자산효율성도 '뚝'…자산유동화 '가시밭길'

'유형자산 회전율' 이마트의 절반 수준…슈퍼 매각 실패 원인 부동산 담보가치도 약화…"회생 성공하려면 김병주 회장 사재 내놔야"

2025-03-12     인터넷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경영한 지난 8년간 자산 효율성마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고가 매수 논란이 일자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금도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을 기업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버팀목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자산 가치가 기대한 만큼 받쳐줄지는 미지수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홈플러스의 유형자산(유형자산+사용권 자산) 회전율은 0.96으로 1을 밑돈다.

유형자산 회전율은 매출액을 유형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유형자산은 통상 업체가 직접 보유한 매장·물류센터 자산을, 사용권 자산은 임차한 매장·물류센터 자산을 각각 뜻한다.

유형자산 회전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자산의 규모나 중량감에 걸맞은 매출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회전율은 동종 업계에 속한 이마트(별도 기준 1.97)의 절반에 불과해 유통업계 최하 수준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대형마트 업계의 공통된 문제였지만, 홈플러스의 경우 MBK가 인수한 이후 그나마 매출 상위권에 있던 점포마저 매각해 영업력이 크게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낮은 자산 효율성은 점포 매각을 비롯한 자산 처분에서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MBK는 지난해부터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매수 희망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자산 유동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본다.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홈플러스가 4조7천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 데다 자산 효율성마저 낮아 매각해도 제값을 받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회생 절차 과정에서 MBK가 기대한 만큼의 담보 가치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현시점에서 재평가하면 3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서 MBK가 신청한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내놓거나 MBK가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등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세청은 MBK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김병주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2020년 역외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