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폭탄'에 韓 지역경제 '위기감'…수출도시에 '먹구름'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지역 경제의 근심도 한층 커지고 있다.
내달 2일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이 시행될 예정인데,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의 주요 생산 기지인 인천과 울산 지역 경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역 경제 버팀목이 되는 산업마저 지켜내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인천에서는 '한국GM의 국내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탓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GM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49만9559대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은 83.8%에 달했다.
앞서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가 영구화되면 공장 이전 여부와 생산 할당 정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GM이 철수한다면 자동차 산업 전반과 인근 상권까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GM 전체 직원 수는 1만1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한 직원은 "내부적으로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대응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GM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 사이에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276곳이며다. 2·3차 협력사를 모두 합하면 약 3000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한국GM이 실제로 철수할 경우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오는 15∼22일 미국 출장을 통해 미시간주 GM 본사와 현지 공장 등을 방문해 위기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오는 13일 부평공장에서 '트럼프 2.0 자동차 산업 관세 폭탄과 한국GM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한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 역시 자동차 생산과 전후방 연관 산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불안감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작년 울산 수출액은 88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자동차가 274억달러로 31%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 실적의 55%(150억달러)는 미국을 상대로 올린 것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석유화학·선박 등을 모두 포함한 울산 전체 수출액에서도 17%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올해 1월 울산 수출은 64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6%나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는 승용차와 전기차 수요 둔화로 26.9%나 급감한 19억달러에 그쳤다.
한 자동차 업계 종사자는 "트럼프가 언제 무슨 말을 할지 그 입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잠깐의 위력 과시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최악의 사태가 점점 현실화할 거라는 불길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트럼프 집권 2기 통상정책에 대응해 총력전을 벌이기로 했다.
시는 '통상정책 비상 대응 전담반(TF)'을 가동해 기업애로 사항에 신속히 대응하고, 수출기업 현장간담회를 열어 현장 밀착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박선민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장은 "울산은 대미 수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서 관세 장벽으로 인한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면서 "수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자금 지원체계 강화 등을 위해 지자체와 관계 기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