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가격 협상 4개월째 '답보'…시멘트 업계, 인상 여부 '촉각'

2025-03-11     김동현 기자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레미콘 운송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멘트 업계의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수요자 입장인 건설업계에선 '유연탄 가격 인하'로 생산원가가 줄었으니 시멘트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급자 입장인 레미콘 업계는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가격 인하를 압박하며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라는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자 시멘트 업계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와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단가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개월 간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최근 한 발씩 양보하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10차례에 걸친 협상에서 건설업계는 ㎥당 9만3700원인 수도권 레미콘 단가를 9만900원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했으며, 레미콘업계는 9만1900원으로 제안했다. 양측의 입장차이가 줄어든 만큼 조만간 합의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제 공은 시멘트 업계로 넘어간 상황이다.

시멘트 회사들은 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인하됐다는 이유로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쉽사리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시멘트 업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몇년 간 수직 상승해 온 시멘트 가격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멘트 가격은 지난 2021년 t당 7만5000원에서 2022년 10만5000원, 2023년 11만2000원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몇 년 간 건설업계의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집값 상승이 계속해서 지적돼 오면서, 정부는 핵심 연료 중 하나인 시멘트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시멘트 생산에 주원료로 사용된 유연탄 가격이 1t당 2022년 452.81달러에서 현재 100달러를 하회하고 있기 때문에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건설업종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수입이 줄어들었고, 정부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로 친환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해 졌다는 것이다.

결국 친환경 시멘트 개발과 설비 구축을 위한 비용이 더욱 추가돼야 하기 때문에 시멘트 업계가 가격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시멘트 가격 인하를 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시멘트 수입까지 검토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시멘트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산 시멘트는 최근 중국 내 건설 내수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접 국가에 수출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제기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입장에선 언제든지 시멘트 가격 하락을 위한 압박카드로 사용할 여지가 있다"면서 "시멘트 회사의 입장에선 내수 부진과 친환경 제품 개발 등 악재가 겹쳐지는 상황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조정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입장에선 시멘트 가격 인하 등을 통해 건설산업 부양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멘트 등 관련산업 업황은 외면하는 상태"라며 "공사비 상승의 원인을 시멘트 등 원재료 가격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