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이 대세라더니…서학개미들 올라탄 미국 ETF '무더기 손실'

순매수액 상위 20개 종목 절반이 손실…레버리지 ETF '20∼50% 마이너스' '트럼프 관세 남발'에 당분간 변동성↑…"포트폴리오 조정으로 리스크 줄여야"

2025-03-09     이승구 기자
미국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최근 한국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선택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한 달 미국 증시가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한 통상 행보에 크게 요동쳤기 때문인데, 특히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미국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종목들은 손실률이 20∼50%에 달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상위 20개 미국 주식 종목의 순매수액 총합은 31억2008만 달러(약 4조5072억원)에 달했다.

다만 이들 20개 종목의 1개월간 '계좌(고객) 평균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절반인 10개 종목이 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분석에는 국내 한 주요 증권사의 개인 고객 데이터 자료가 활용됐다. 

계좌 평균 수익률은 특정 기간 내 해당 종목을 거래한 증권사 고객들이 거둔 평균적인 수익률을 뜻한다.

손실이 가장 컸던 종목은 다른 레버리지 ETF인 '2배 이더리움 ETF'로, 계좌 평균 수익률이 -47.88%로 나타났다. 또 순매수액 1위인 '디렉션 데일리 테슬라 2배 ETF'는 원화 환산 기준 한 달간 계좌 평균 수익률이 -30.69%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그래닛셰어즈 2배 코인 ETF'(-39.95%) △'일드맥스 코인 옵션 인컴 스트레티지 ETF'(-30.96%) △'일드맥스 MSTR 옵션 인컴 전략 ETF'(-28.42%) △'디렉션 반도체 3배 ETF'(-24.40%) △'프로셰어즈 -2배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21.87%) 등도 큰 손실을 기록했다.

이 ETF들은 모두 기초자산 가격 변동을 2∼3배로 증폭하거나 암호화폐처럼 애초 변동성이 극히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고위험 ETF'들로, 현재 한국 금융기관에서는 출시·유통할 수 없는 상품들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고위험 ETF는 현행 법규상 규제 조항이 없어 국내 투자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미국 증시는 친기업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기대 효과와 인공지능(AI)을 앞세운 대형 기술주(빅테크)들의 선전 덕에 작년 말까지 호황을 거듭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택하는 쏠림 현상이 대세가 됐다.

그러나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전례 없는 관세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며 혼란이 극대화했고, 미국 주식 고평가 논란과 AI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까지 겹쳐 미국 증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반면 지난해 부진했던 국내 증시는 올해 들어 관세 등 대외 악재에 상대적인 내성을 보이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 통상 기조가 당분간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인 만큼, 미국 주식의 배분 전략을 바꿔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소수 고성장 종목과 고위험 ETF에 대한 쏠림을 지양하고 가치주, 배당주,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투자 종목)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