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주주관여 91% 차지…목소리 커진 개미투자자

대한상의 분석…"주주관여 주체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로 변화" 갈등 증가·투자 차질 등 우려…"상법 개정되면 주주관여 증가할 것"

2025-03-09     이승구 기자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주주행동주의 주체가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최근 10년간 개미투자자(개인투자자)의 주주제안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가운데 단기적 이익에 집중한 주주의 요구가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상장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0.0%인 120개사는 최근 1년간 주주들로부터 '주주 관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주 관여는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 서한 △주주제안 등 기업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주주 관여의 주체가 연기금·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 관여 사실이 있다고 답한 120개사 중 주주 관여의 주체가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라고 답한 기업은 90.9%(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연기금'(29.2%), '사모펀드 및 행동주의펀드'(19.2%) 등의 순이었다.

실제로 대한상의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전체 주주제안 주체 중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 비중은 2015년 27.1%에서 2024년 50.7%로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주주 관여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배당 확대 요구가 61.7%(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고, △자사주 매입·소각(47.5%) △임원의 선·해임(19.2%)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정관 변경(14.2%)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2000년대 초 해외 사모펀드에서 시작된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최근 온라인 플랫폼 발달 및 밸류업 정책과 맞물리며 소액주주로 주도권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소액주주연대는 최대 주주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해 기업 경영권 자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액주주의 요구사항은 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단기적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연구개발(R&D) 차질 우려 등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 관여는 주식회사 본질상 주주의 당연한 권리로, 상법에서 명시적으로 주주제안권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기업 현장에서는 무리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응답 기업들은 주주행동주의 확대의 중장기 영향에 대해 '이사·주주간 갈등 증가'(40.7%), '대규모 투자 및 R&D 추진에 차질'(25.3%) 등 우려를 표했다.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 향상'을 예상하는 긍정적 답변은 31.0%였다.

대한상의는 최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응답 기업의 83.3%는 상법이 개정되면 주주 관여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이 61.0%로 많았다. 이어 대응매뉴얼 마련(30.7%), 이사회 구성 변경(14.0%), 법적 대응 준비(4.0%) 순이었다.

주주행동주의 대응을 위한 시급한 정책 과제로는 배당금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명확한 한계 설정(27.3%),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25.3%),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에 신중(23.7%), 상법 시행령 개정 등 주주제안의 거부 사유 확대 및 강화(22.0%)가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