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위기의 본질은 'MBK 탐욕'…무리한 인수 '후폭풍'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리한 경영으로 홈플러스를 위기로 몰아넣고는 자구 노력 없이 기습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해 손실을 채권자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 법원이 당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기업회생절차는 통상 재무 상황이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악화됐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이에 지급 불능이나 부도 상태가 아닌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기업회생에 나선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위기가 계속 되고 있다. 회사 측이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예방적 차원"이라며 "홈플러스의 모든 영업 채널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한 것과는 다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일부 제휴사들은 대급 지급 지연 가능성을 이유로 꼽으며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잇따라 중단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매장이 아닌 가맹점에서 사용되는 상품권 비중은 약 4%에 불과하지만, 이번 조치는 홈플러스 상황을 바라보는 업계의 불안한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기준 오뚜기·롯데웰푸드·롯데칠성·삼양식품·동서식품·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일시적으로 납품을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일반 상거래 채권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하면서 7일 오후부터 주요 협력사들은 다시금 납품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자금 집행이 지속 가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달 말 신용등급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기존 'A3'에서 'A3-'로 등급이 하향 조정됐는데, A3-는 투기등급인 'B'의 바로 윗 단계다.
기업회생 개시 이후 신용등급에 대해 MBK 측은 "A3- 이하 등급의 기업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단기 자금 운용에 차질이 예상돼 기업회생 신청이 불가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용 등급 하락의 원인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구매채널의 온라인 이동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급격한 성장 등을 꼽았다. 이로 인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매출 규모도 수년째 6조원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며, 영업이익도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매년 1300억~2600억원 수준의 손실을 지속하며 이익 창출력이 바닥을 친 상태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납품업체의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유동성 문제도 점차 심각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실적 악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대주주인 MBK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차입금을 무리하게 동원한 것부터 문제라는 것이다.
당시 MBK는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 자금을 충당했다.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해 빚을 갚는 데 급급해지자, MBK는 점포부터 팔아치웠다. MBK 인수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홈플러스 점포는 25개에 달한다. 이 중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4개이며, 여기에는 경기 안산점과 부산 가야점 등 매출 상위권에 오른 '알짜' 점포들이 포함됐다.
이밖에 홈플러스가 운영 중인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줄었다.
점포 수 감소는 매출과 고객 유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이로 인해 실적 악화가 가속화됐고, 추가적인 점포 매각 압박도 커지게 됐다. 게다가 2016년 이후에는 신규 점포도 출점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추가 투자 없이 경영 효율화에만 몰두하면서 기업의 미래 경쟁력까지 위협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 주요 점포들을 모두 매각하고 무리하게 차입한 대출 이자 갚기에 몰두해 흑자 경영 가능성을 완전히 날려버렸다"며 "홈플러스 인수 자체가 무리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MBK는 업에 대한 철학과 비전 없이 무리하게 홈플러스를 인수했다"며 "경영 실패로 영업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 이자 부담까지 막중해지자, 책임을 지기는 커녕 '기업회생'을 선택해 사회적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는 홈플러스 딜에 실패해 놓고도 고려아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탐욕을 드러내고 있다"며 "MBK를 향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노조 역시 MBK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MBK는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키지 않았다"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진 지금도 살리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홈플러스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조합원 20여명은 지난 6일 오전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강철우 마트노조 위원장은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죽이는 그 어떤 구조조정의 시도도 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