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고 대출 옥죄기?…'엇박자' 정책에 은행권 골머리

2025-03-07     김하은 기자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금융당국이 올해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1~2%로 관리할 예정인 가운데 대출 정책을 두고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이 은행권에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하면서도 대출 규모는 관리하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어서다. 

연초부터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급증한 상황에서 당국이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되레 대출 수요를 부추길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6조7519억원으로 지난 1월 말보다 3조931억원 늘었다. 
 
특히 5대 은행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들 은행의 2월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3조3835억원 급증했다. 서울시가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들 은행이 최근 대출 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있어 대출 총량 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대출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금리를 통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 여론도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탰다.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이익 기반인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에 따른 마진이 커지면서 순이익 18조8742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지난달 28일 주담대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며 선제적인 금리 인하 정책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6일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하한다. 하나은행도 오는 10일부터 대면 주담대 상품(혼합형)의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빠른 시일 내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출금리 인하로 야기될 가계대출 확대는 은행권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임에도 금융당국이 부채 증가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예상치인 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1~2%대로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올해부턴 정책대출과 대환대출을 가계대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1~2% 증가율로도 충분하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반면 은행권은 이를 제외해도 여전히 팍팍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대출금리가 낮아져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5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정책이 나오기 전 대출이 가능한 시기라고 보는 수요자가 폭증하면서 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은 당국의 기조에 맞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월별 매출량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구입자금 대출이나 갭투자(전세 낀 대출) 방지용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제한하는 등 비가격적 조치도 강화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로 가계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당국은)대출금리는 내리라고 하고, 가계대출 총량은 관리하라는 모순된 정책을 내놓으니 은행들이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금리 인하 폭과 다양한 총량 관리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율을 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