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대책 두고 '설왕설래'…'실효성' 의문도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금융당국이 1년 만에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 재발을 방지 대책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원금 손실 위험이 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일부 거점 점포에서만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판매 대상 또한 원금 100%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소비자에 한해 투자를 권유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는 고난도 금융상품을 팔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다만,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수준과 관련해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홍콩 H지수 ELS 현황 및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3년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후 1년여 만에 나온 결과다.
당초 금융위는 은행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와 관련해 '전면 판매금지안'을 검토했으나, 이를 철회하고 '거점 점포 한정안'에 의견을 모았다.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에서다.
당국은 거점 점포 판매를 통해 △판매 채널 제한 △핵심성과지표(KPI) 개편 △총량 한도 설정 등으로 ELS 판매를 상당한 강도로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ELS 판매는 전국 200~400개 거점 점포 내에서도 별도 출입문으로 분리된 전용 상담실에서만 가능하다. 또 전문성과 일정 경력을 보유한 전담 직원을 배치해야 한다. 기존 일반 창구에서 ELS와 같은 고난도 투자상품을 쉽게 권유받았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되자 판매 공간을 아예 분리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 확대를 위해 가입 과정도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원금 전액 손실 감수 △투자 기간 3년 이상 △향후 수입 증가 등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ELS 투자를 권유할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에게는 청약 후 숙려 기간에 상품 계약 전 가족 등이 함께 확인하는 '지정인 확인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만약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투자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소비자가 상품 가입을 원할 경우, 은행은 해당 상품이 부적합 및 부적정 상품'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부적정 판단 보고서'를 제시해야 한다.
은행 직원이 공격적으로 고난도 금투상품을 권유해왔던 영업 관행을 개선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개선 방안 중 즉시 추진이 가능한 과제는 빠르게 실행하고 관련 법률 등의 개정도 올해 9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판매 재개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은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강화 방침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 발생 시 금소법상 과징금·과태료 등 금전제재, 기관·개인제재를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 등을 위반한 대표이사 및 임원 등에 대해서도 엄격한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제재안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 부과 기준은 불완전판매 관련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다. 이때 '수입'을 투자 원금으로 볼 것인지, 판매를 통해 얻은 수수료로 볼 것인지를 두고 당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당국이 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강력한 제재 수단을 제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또 다른 ELS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 방침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면서 "실효성 없는 반쪽 짜리 대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