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의 잇사이트] 차액가맹금 소송, '권리 찾기'인가 '소모전'인가

2025-02-27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실제 보상이 이뤄질지 불확실하고, 반환 금액도 소액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소송 참여를 적극 권유하면서 가맹본부와 점주 간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피자헛 가맹본부가 점주들과의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도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원재료, 부재료 설비 및 원자재 등 필수 원·부재료를 공급하면서 받는 돈으로, 일종의 '유통 마진'을 말한다. 

국내 프랜차이즈업계는 가맹점 매출액의 일정 비율·금액을 로열티로 받는 대신 필수품목 공급을 통해 얻는 유통 마진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외식업 가맹본부의 90%가 차액가맹금을 수취하고 있을 만큼 업계의 보편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의 독점적 이익이 아니라 '공적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고 강조했다. 즉, △원·부자재 가공 △물류비용 △가맹점 지원비용 △광고·마케팅 비용 △배달비 지원비용 등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가맹점주 지원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재투자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 2심 결과가 공개되면서 업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한국피자헛에게 가맹계약서에 기재하지 않고 점주들의 합의 없이 차액가맹금을 수취한 것은 '부당이득'이라고 판결하고, 점주 94명에게 총 210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일부 법무법인들은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에게 소송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단체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법적 대응을 통해 점주들의 권리를 되찾아주겠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소송전이 가맹점주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낸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한국피자헛은 패소 이후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차액가맹금은 여전히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내수 침체와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하는 점주들도 있다. 현재 피자헛 가맹점 270여개 중 150개가 매물로 나와 있어 절반 이상이 매각이나 폐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국피자헛 사태 이후 이미 치킨·커피·아이스크림 등 다수 브랜드 점주 수백명이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소송을 앞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는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에 대한 내용을 적시하고 있고, 가맹점주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한국피자헛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측은 서로 엇갈린 입장을 두고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가맹본부와 점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가맹본부와 점주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시너지를 도모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에 소모적인 다툼에만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 싸움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길도 곱지 않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갈등 상황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외식업계는 특히 이러한 부정적인 이슈에 대한 소비가 민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차액가맹금'을 수취해 온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논의할 수 있다. 물론, 부당한 수취로 피해를 봤다면 이에 대한 배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한국피자헛 사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줄지어 소송에 나서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아직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소송전에 뛰어드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