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배당 막는 '해약환급금 준비금'…개선 필요성 증대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보험사들이 지난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규제로 인해 '주주환원 여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해약환급금 준비 부담이 커져 배당 여력이 감소하고 단기적 순이익 변동성도 커져 해약환급금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마련으로 배당 가능 이익이 부족해지면서 배당을 포기하는 보험사들이 나오고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해약 등에 대비해 적립해야 하는 제도다. 신계약이 늘어나는 만큼 해약환급금 준비금도 늘어나 보험사의 배당 여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먼저 현대해상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증가로 인해 부담감이 커져 배당 중단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순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할인율 하락에 따른 배당가능이익 감소와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으로 배당이 어려워 보인다"라며 "올해도 배당 재원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9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2023년 결산배당을 재개한 지 1년 만에 배당금 미지급을 결정했다.
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어나 해약환금금 준비금 적립에 대한 부담이 커져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지난 20일 컨퍼런스 콜에서 "해약환급금이 신계약 비중에 정비례해 늘어나면서 적립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라며 "이익이 증가해도 배당 여력이 줄어들고, 세무 이슈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여성 특화 보험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지난해 4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마찬가지로 배당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내년이나 2027년에 배당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174%로 배당 미지급 보험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이유로 밸류업 정책에 차질을 빚으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IFRS17 도입 이후 시가평가에 따른 과도한 사외유출을 방지하고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를 신설해 운영 중"이라며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신계약 등으로 인해 준비금 적립규모가 과도하게 증가되고 있고 적립해야 하는 보험사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생명보험사의 배당 여력 감소와 세무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어 합리적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입취지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밸류업 정책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 등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밸류업을 위해 주주환원을 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건전성을 유지하는 부분도 필요한 조치"라며 "원칙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디에서 어느 부분에서 균형점을 찾을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하며 지속 소통하고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