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와 함께 올해 1.5%, 내년 1.8%의 성장 전망을 내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새 산업을 개발하는 구조조정 없이 유동성을 동원한 성장으론 한계가 있음을 언급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소신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아울러 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빠른 시일 내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Q. 2월 금리 인하 후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에 현 2.75% 수준에서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냈고, 나머지 2명은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추가 인하 시기에 대한 의견은 달랐지만, 금통위원 6명 모두 통화정책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고, 향후 데이터를 보면서 인하 시점을 결정해 나가자는데 공감했습니다.
Q.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1~2회 정도로 줄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2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올해 2~3회 정도 금리를 낮추는 것이 시장의 다수 의견입니다. 이는 금통위가 가정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Q. 현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 금리 범위 안에 있나요?
현 기준금리 2.75%면 중립 금리 상단이나 그보다 더 위쪽이라고 봅니다. 다만,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아 실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은 금리 인하기입니다. 지난해 8월에는 가계부채 때문에, 올 1월에는 환율 때문에 한 달 늦춘 것이고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잘 조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Q. 올해 경제성장률이 1.5%입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1.5% 성장률은 상당히 중립적인 전망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이 1.5%보다 떨어지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공조해 대응해야 합니다. 수출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수출로만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새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관세 문제는 반복될 것입니다.
Q.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놨습니다. 내년 내후년 성장률 방어 전략은요?
경제 전망 1.8%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는 인식이 있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입니다. 한국이 그동안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사업에만 의존한 탓입니다. 1.8% 이상 성장하려면 할 수 있는 게 재정 동원하고 금리 낮추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 늘고 재정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1.8%보다 높은 성장을 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Q. 1월 15조~20조원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하셨는데, 추경 실행에 따른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요?
15조∼20조원 추경은 성장률을 0.2%포인트 정도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올해 성장률이 1.5%에서 1.7%가 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그 이상 규모로 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추경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역할일 뿐, 진통제 역할을 기대하면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부동산PF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많은 자금이 부동산에 몰렸으며, 현재는 조정하는 단계로 봅니다. 부동산에 집중투자된 것이 연착륙되도록 하기 위한 구조조정 과정입니다. 추경의 일부를 부동산PF 구조조정에 쓰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낮춘 이후로 계산해보면 대출금리가 안 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5월 이후 미국과 우리 금리 인하 전망을 선반영해 시장금리가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효과는 진행 중이라고 판단합니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인해 신규대출은 금리가 오른 측면은 있습니다.
Q.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물가상승률을 한국은행보다 낮게 전망하면서 양측의 전망치에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환율을 상방요인, 경기를 하방요인으로 보고 물가상승률을 1.9%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추경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창용 총재는 국내외에서 모두 인정받은 엘리트 경제·금융 전문가다. 그는 1960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조교수, 세계은행 객원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관료로 중용된 뒤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제27대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돼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