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법 개정 반대…"투자 등 기업 경영에 부정적"

한경협·상장협, 매출 600대 상장사 대상 상법 개정 설문조사 투자·M&A 축소, 기업 비용 증가, 이사선임 어려움 등 지적

2025-02-23     이승구 기자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국내 상장기업 절반 이상이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줄어드는 등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설문조사(112개사 응답)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2%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긍정적 영향을 전망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회사 외 주주를 추가하는 한편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확대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안 중 기업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내용으로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40.2%) △집중투표제 의무화(34.8%)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17.9%) 순으로 꼽혔다.

기업들이 '상법 개정안이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주요 이유는 △'주주 간 이견 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가 34.0%로 가장 많았고, △'주주대표소송 등 사법 리스크 확대'(26.4%)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 △'투자결정, M&A 등 주요 경영전략 계획 차질(17.9%) 등이 뒤를 이었다.

상법

상법 개정이 투자와 M&A에 미칠 영향을 묻는 말에는 응답기업의 50.9%가 '상법 개정 이후에도 투자 및 M&A 계획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46.4%는 '투자와 M&A를 모두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중 '전면적 축소'는 7.1%, '일부 계획 축소'는 39.3%로 조사됐다. 반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상법 개정이 기업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응답 상장기업의 절반인 50%는 '현재 수준 유지'라고 답했고, 41.1%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은 8.9%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응답기업의 73.2%는 기업 비용 증가를 예상했고, 69.6%는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67%는 사외이사 선임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경영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법인세·상속세 등 조세 부담 완화(41.1%) △사업활동 관련 규제 개혁(40.2%)을 꼽았다. 또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 활용하는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11.6%) △배임죄 개선 등 기업 및 경영자에 대한 처벌 완화(6.3%)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상법 개정은 위기 대응을 어렵게 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해 국내 기업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