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절반 이상, '국장'보다 '미장'…"혁신성·수익성 매력"
상의, '한미 자본시장 인식' 설문…54.5% '美 증시 선호' 응답자 "韓 저평가 '혁신성 정체' 탓…稅인센 확대 필요"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됐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절반 이상이 미국 자본시장를 선호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국 기업의 혁신성과 수익성, 주주환원 등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7∼18일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소플'(sople.me)을 통해 국민 1505명을 대상으로 '한미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4.5%가 '한미 자본시장 중 미국 자본시장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23일 밝혔다.
반면 '국내 자본시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3.1%에 그쳤고, '양쪽 투자 선호도가 비슷하다'는 답변은 22.4%였다.
응답자들은 미국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이유 '기업의 혁신성·수익성'(27.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뒤이어 '활발한 주주환원'(21.3%), '국내 증시 침체'(17.5%), '미국 경제 호황'(15.4%), '투명한 기업지배구조'(14.8%), '투자자 친화적 세제·정책지원'(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증시 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미국 자본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9.0%였다. '현상 유지'는 15.3%, '축소 의향'은 5.7%에 그쳤다.
반면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를 확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54.3%였고, '현상 유지'(26.6%), '축소 의향'(19.1%)이 뒤를 이었다.
올해 주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으나, '미국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상승 79.3%, 현상 유지 14.0%, 하락 6.7%)이 '국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상승 55.2%, 현상 유지 22.6%, 하락 22.2%)보다 더 많았다.
국내 자본시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34.6%가 '국내 기업의 혁신성 정체'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규제 중심 기업·금융정책'(23.6%), '단기적 투자문화'(17.5%),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미흡'(15.4%), '금융투자에 대한 세제 등 지원 부족'(6.8%) 등도 언급했다.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우선 과제로는 '장기보유주식 등에 대한 세제 혜택 도입'(26.0%), '배당소득세 인하'(21.8%) 등 금융 투자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1년 초과 보유시 양도소득세가 인하되지만, 우리나라는 보유기간에 따른 세제 혜택이 전혀 없다. 또 우리나라는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쳐 2천만원을 초과하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고세율 49.5%로 누진과세(국세+지방세)하는 반면 미국은 국세 기준 0∼20%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규제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의 정답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국민은 주로 미국 기업의 혁신성과 수익성을 보고 투자하고 있으며 지배구조를 보고 투자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