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보험톡] 실손보험 개혁, 소비자 의견은 어디에

2025-02-24     김성수 기자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정부가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진행 중인 실손보험 개혁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매번 실손보험 개혁이 진행될 때마다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장 범위는 줄고, 부담은 증가하는 정책 방향성이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지난 19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정부는 지난 토론회에서 논의된 도수치료를 비롯한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진료에 대해 '관리급여'를 신설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료 현장 자율성과 환자 선택권은 존중하지만, 의료적 필요도를 넘어 남용되는 비급여가 적정하게 관리되도록 종합적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등 일부 피보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실손보험 보험금 누수를 야기하고 있다며 실손보험 개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습이다.

물론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진료 행위로 지나친 보험금을 수령받는 일부 소비자들에 관한 해결 방안은 필요하겠지만, 나쁜 소비자로 인해 선량한 보험사가 피해를 본다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실손보험은 민간보험이다. 보험사와 소비자가 자율에 의해 조건을 정하고 맺은 계약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보험사들의 입장에서 소비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모습에 의문이 든다.

실손보험 보험금 누수는 단순히 일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도덕적 해이만이 문제고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가해자였다면 매년 수조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실손보험 보험금 누수의 시작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상품 설계 오류와 정부의 관리 체계 미비에 있다. 보험사와 정부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가 가해자라는 전제로 일방적으로 혜택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앞서 정부는 실손보험 개혁을 위해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계약을 해지한 후 새롭게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1·2세대 실손보험에 비해 자기부담금은 높고 보장 범위가 좁은 5세대 실손보험으로 상품 전환을 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

정부가 이러한 소비자의 불만을 의식해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 대한 계약 재매입을 통해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의견을 냈지만, 구체적인 보상 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소비자에게 기만행위로 다가올 수 있다.

강제전환 외에도 실손보험의 비중증 질환 보장을 줄이겠다는 개혁 방향성도 문제다.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커져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호흡기질환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시대 속에서 지갑 사정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갑작스러운 병원비 지출을 해결하기 위한 실손보험은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실손보험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중증질환이 아닌 의료행위에 대한 보장을 줄이면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권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 자기부담금 인상이나 보장 범위·한도를 축소하는 등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반쪽짜리 개혁이 아닌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해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