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 관세 25% 폭탄'에 비상…"상황 예의 주시"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대응책을 검토하는 가운데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서 관세가 최소 25%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즉각적인 관세 부과보다는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거점을 이전할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추진은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높이며 기업들을 압박하겠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기아, 한국GM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된 이후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했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리스크에 대응해 현지 생산 능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30만대에서 최대 50만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 생산 능력도 12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현재 앨라배마 공장은 연 39만대, 기아 조지아 공장은 연 3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확대도 검토 중이다. 메타플랜트 일부 라인을 SUV와 고수익 차종 중심으로 전환하고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높일 전망이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 수요 증가와 관세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다.
아울러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 협력도 병행한다. 현대차가 생산한 전기 상용차에 GM 브랜드를 붙이는 '리뱃징' 방식이다. 현지 브랜드와 협력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관세 부담을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대응에도 관세 정책에 변수가 많은 만큼 섣불리 대응책을 단정짓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관세 정책과 관련해 변수들이 많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총판매량 49만9559대 중 41만8782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한국GM 관계자는 "글로벌 GM 차원에서는 추가적인 비용 투입 없이도 관세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지만 한국 생산 기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KAMA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지만 즉시 시행될지는 미지수"라며 "과거에도 관세 위협 이후 유예되거나 협상으로 전환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세부 내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 관세 정책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구조상 결국 미국 기업도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이 한국 완성차 업계에 적극적인 협력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미국이 관세를 강행할 경우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럴 경우 오히려 미국이 한국 시장을 놓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