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조금 지급 유예' 움직임…국내 반도체업계, 美 행보 '촉각'

2025-02-01     곽민구 기자
사진=곽민구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약'을 유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원이 이에 대해 제동을 걸었으나, 향후 보조금 유예·삭감 등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향후 미국 정부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 계약을 이행하겠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반도체법은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전날 백악관 예산관리국이 '반도체(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보류 명령을 내렸다.

백악관은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지시 문서를 철회했으나,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 이니셔티브와 기후 변화 등과 관련한 연방 차원의 지출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보조금 미지급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사진=SK하이닉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각)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으로부터 최대 47억4500만 달러(약 6조8778억원)를 지원받기로 한 바 있다. 당초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줄이면서 보조금 규모가 기존에 논의 중이던 것보다 줄었으나, 지원금 확정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보다 먼저 보조금을 확정 지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34억 원)의 직접 보조금 지원과 정부 대출 5억 달러(약 7243억 원) 등이 포함된 계약을 확정했다.

문제는 지원금 확정 당시에도 거론되던 '트럼프 리스크'다. 보조금이 빠르면 올해 중순 이후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사이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의지에 따라 보조금이 미지급되거나 유예 또는 규모 삭감이 이뤄지면 미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두 반도체 기업이 보조금을 이미 바이든 정부로부터 받았거나 트럼프 정부로부터 정상적으로 지급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TSMC의 경우 지난해 보조금 일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이 체결된 만큼 보조금 및 지원금이 문제없이 지급될 것으로 보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도 예상돼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