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나홀로 웃는' 은행권…임금·성과급 '돈잔치' 눈살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탄핵 정국에 따른 고환율과 시장 불안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권만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전년 대비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은행권 대출이 불어난 데 더해 높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로 호실적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내수 부진과 더불어 정국 불안으로 서민 경제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에도 5대 시중은행은 노조는 파업을 불사하며 임금 협상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나홀로 '이자장사'에 따른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은행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국민은행은 노사 합의안 없이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먼저 국민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이는 전년 2.0%에서 0.8%포인트 높아진 수준으로, 향후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8% 수준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임금인상률은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측과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성과급 역시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성과급은 각각 281%, 280%였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 포인트(100만원 상당)에서 150만 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도 현금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면서 복지포인트를 50만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조건을 내걸었고,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우리은행 노조 측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임단협 결렬로 사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통상임금 300% 수준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년 통상임금 280% 대비 대폭 확대된 규모다.
국민은행 노조는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특별보로금(성과급) 통상임금의 300% △특별격려금 1000만원 △임금인상률 2.8% △신규채용 확대 △경조금 인상 △임금피크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충당금 8620억원 반영 등 영향으로 노조 측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면서 양측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태다.
이처럼 은행권이 임금 및 성과급 확대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은행들이 이자이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낸 데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지난해(15조1367억원)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이 역대급 호실적을 낸 데는 은행권의 예·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된 영향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는 올리고,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금금리는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은행권 예대금리차(1.41%포인트)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가 작년 은행권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것을 사실"이라면서 "내수 부진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