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강제전환' 논란…소비자 '분통'

2025-01-15     김성수 기자
정부가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정부가 실손보험 개혁을 위해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계약을 해지한 후 새롭게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침을 밝히자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은 앞서 출시된 1·2세대 실손보험보다 자기부담금이 높고 보장 범위가 좁아 소비자가 상품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9일 '비급여 관리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자기부담율이 낮아 현행 실손보험에 비해 혜택이 크고 갱신이 필요 없어 보험금 누수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 대한 계약 재매입을 통해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계약 재매입이란 소비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가입자에게 지급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계약 재매입을 진행할 경우 관련 절차가 끝났을 때 현재 출시돼 있는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판매시기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다르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2세대는 1세대 판매가 종료된 이후 2017년 3월까지, 3세대는 2021년 6월까지 판매됐다. 현재 판매 중인 4세대 상품의 경우 2021년 7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1·2세대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1·2세대 상품이 3·4세대에 비해 자기부담율이 낮고 보장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1세대 상품과 2013년 말까지 팔린 초기 2세대 상품의 경우에는 재가입 주기가 없어 100세 만기까지 약관 변경이 불가능하다. 2013년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연체 없이 납부하면서 상품을 지속 보유한다면 보험사들은 이들 계약의 보장 내용·범위를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44%에 해당하는 '약관변경이 불가능한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개혁의 예외가 된다면 '보험금 누수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 소비자들은 정부의 계약 재매입 방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계약은 보험사와 개인이 당시 약관에 상호 동의해 체결한 계약인데 법 개정을 통한 강제적인 실손보험 전환은 불공정한 처사라는 의견이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재계약 없는 1·2세대 가입자들은 어떤 방법을 써도 현재의 보장이 축소된 실손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중증질환으로 보장을 받고 있는 1·2세대 가입자들도 있어 법 개정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2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기존의 유리한 조건을 포기하고 보장 범위가 축소된 5세대 상품으로 갈아탈 이점이 없다"라며 "재매입을 통한 강제전환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