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더이상 韓게임 안 해…세대 아우르는 IP 확보가 숙제
韓게임시장 전체 규모, 코로나19 이후 '하향세' 모바일·PC 모두 '침체'…PC방서도 점유율 '바닥'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10대 게이머들이 모바일과 PC 등에서 더 이상 한국 게임을 즐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게임산업의 잠재적인 주 소비층들인데다 이들이 성장해서도 10대 시절 했던 게임을 계속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세대를 아우르는 IP(지식재산권) 확보가 앞으로 한국 게임업계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모바일인덱스가 제공한 작년 12월 기준 연령대별 게임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 데이터에 따르면 '10대 이하'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게임 앱 상위 10개 중 한국 게임 관련 앱은 3위를 차지한 '좀비고등학교' 뿐이었다.
10대 이하 게이머 중 이용자 수를 보면 1위는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2위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이 차지했고, 4위는 라이엇게임즈의 '전략적 팀 전투', 5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 모장 스튜디오의 '마인크래프트' 순이었다.
20대를 기준으로 해도 한국산 모바일 게임은 10위를 차지한 '운빨존많겜' 외에는 전멸에 가깝다. 3위는 라이엇게임즈의 '전략적 팀 전투'가, 4위와 5위는 '피크민 블룸'과 '포켓몬 카드 게임'이 올랐다.
10∼20대가 자주 찾는 PC방에서도 한국산 게임은 점유율을 잃고 있다.
PC방 통계 사이트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지난달 게임별 점유율에 따르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6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최근에는 1인칭 슈팅게임(FPS) '발로란트'가 2위까지 상승했다.
두 게임의 전체 시장 점유율 합계는 49%에 달한다. 10위권 내에 위치한 다른 한국 게임의 사용 시간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30%를 간신히 넘긴다.
넥슨의 축구 게임 'FC 온라인'이 여전히 상위권에 있고 젊은 층에서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이 역시 게임 IP 자체는 일렉트로닉 아츠(EA)가 보유한 'FC'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PC방 순위는 게임별 업데이트와 이벤트 유무에 따라 요동치곤 한다.
하지만 이는 10대들이 게임을 접하는 주된 통로 중 하나인 PC방에서 한국 게임 IP의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20대·30대보다 구매력이 약한 10대 이하 게이머는 가장 돈이 안 되는 계층이어서 당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20~30대가 돼서 취미생활에 쓸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것을 고려해볼 때 게임산업의 잠재적인 주 소비층이기에 10대들이 한국산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는 것은 국내 게임산업의 심각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사람마다 성향 차이는 있지만, 닌텐도의 '포켓몬스터'나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을 보면 게이머들은 10대 때 즐긴 콘텐츠와 유사한 경험을 성인이 되고 나서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포켓몬스터'는 10대 이하의 아동·청소년을 핵심 타깃으로 노리고 있지만, 관련 상품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은 20대 이상의 성인층이다.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은 오프라인 행사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열성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하다.
따라서 게임 기업 입장에서는 자체 게임 IP로 어린 게이머를 사로잡아 유지한다면 나중에 커다란 수확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반대로 저연령층이 한국 게임을 외면하는 현상이 길어질수록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는 넥슨의 장수 온라인 게임들이 '포켓몬스터' 같은 IP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같은 일부 히트작을 제외하면 소수의 충성 고객만 남아있다.
IP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고, 첫 작품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세대를 아우르는 IP 확보가 올해 재도약을 노리는 한국 게임업계에게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