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올해 분양계획 못 잡았다…2년 후 '공급가뭄 쇼크' 우려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2025년 을사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통상 연초에 '연간 분양계획'을 내놓던 예년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분양시장 불확실성'과 탄핵정국에 따른 '정세불안'이 주된 요인이란 분석이다.
공급관련 세부지표가 '하락세'를 가리키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이미 공급 관련 '비상등'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14만6130가구로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 4만8227가구(33%)는 아직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연내 분양여부 역시 불투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은 분양 예정 물량 2만1719가구 중 1만432가구(48%), 경기는 5만550가구 중 1만6758가구(33.2%)가 미정이다. 지방의 경우 분양계획 잡기에 더욱 보수적이다. 광주는 76.8%, 충남은 53%가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건설사들 역시 분양계획을 아예 잡지 않거나 일정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대 대형 건설사의 분양계획 물량은 전년 대비 약 31%가량 감소한 10만7612가구다. 이는 지난해 15만5892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 수치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불거진 공사비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세불안 역시 공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계속 침체되면서 분양물량을 제대로 소화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의 경우 그나마 일정을 대략적으로 잡을 수 있으나 지방의 경우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 전망 역시 악화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3.8포인트(p) 하락한 77.5로 나타났다.
주택사업자가 체감하는 경기전망지수 역시 꾸준히 하락세다. 1월 전국 지수는 전월대비 10.6p 하락한 71.4다. 이미 기준치인 '100 이하'를 기록한지 오래이며, '70선' 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 역시 지난해 10월 99.3으로 기준치를 하회한 이후 12월 82까지 떨어졌다. 물량 공급 계획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서 이 수치 역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민간 분양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공공주택 공급 역시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공공주택공급대책을 수행할 주무부처장의 공백이 당분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탄핵정국에 따른 현 정부의 공공주택 270만호 공급 역시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탄핵에 따른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에도 현 주택정책이 180도 달라질 수 있어 주택공급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처럼 민간과 공공분야 모두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2~3년 후 주택공급 비상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업계의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민간분야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공공이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주택공급량의 균형을 맞춰왔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지금 분양 혹은 착공이 되는 주택은 향후 2년, 3년 후 입주하는 주택을 뜻하는데, 지금 집을 짓지 않으니 2027년과 2028년 주택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리인상, 공사비 상승과 더불어 환율까지 오르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며 "완판이 보장되는 수도권 인기지역을 제외한 지방분양 사업장에는 더욱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