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부진' 현대제철, 5000억 공모채 흥행 여부 '안갯속'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현대제철이 오는 14일 최대 5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확정했다.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6400억원의 상환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사채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고신용도를 유지하며 매력적인 채권으로 꼽히지만, 최근 '노동자 사망사고', '철강업황 부진' 등의 변수가 이번 수요예측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14일 총 3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는 예년과 달리 기업들이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탄핵정국에 따른 정세불안정'이 가장 주된 요인으로 작용된다.
현대제철 역시 공모채 발행을 다음달로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결국 1월 중 발행을 확정하고 움직임에 나서게 됐다.
이 회사는 오는 17일 600억원, 22일에는 1600억원, 23일에는 1000억원, 25일에는 3200억원 등 총 64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번 공모채를 통한 자금조달은 '만기채 상환'에 쓰일 것이 유력하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초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맞춰 정기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오는 대표적인 '이슈어'로 꼽힌다. 투자 수요가 많으면 발행 금리를 낮추기 더욱 수월하다.
현대제철은 지난 2010년부터 'AA0, 안정적'이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적인 채권으로 분류된다.
최근 진행한 청약에서는 이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2023년 1월 2000억원 공모채 발행 당시에는 9배가 넘는 1조80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오버부킹을 통해 2년물 -45bp, 3년물 -53bp, 5년물 -70bp 모두 민평금리대비 낮은 금리로 성공적인 사채 발행을 마감했다.
지난해 역시 1월 수요예측 결과 3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1조7000억원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모두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올해는 이러한 마이너스 금리 사채 발행은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철강업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투자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따라 철강 수요 악화가 우려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주가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수익성 회복 폭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중국의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로 철강의 내수소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이러한 물량을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면서 "내수시장에선 건설투자지표 부진, 조선업의 저가 중국산 선호도 증가 등으로 철강산업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 사망사고 이슈, 탄핵정국에 따른 불안정한 정세 등 다양한 변수가 겹치면서 흥행여부가 안갯속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경우 이미 회사채의 금리가 AA등급 내에서도 낮은 축에 속하는 데다, 시장 금리까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환율 상승, 정세불안정 등 철강산업 침체 장기화를 우려케 하는 요소가 많아 흥행여부를 불투명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신용도를 바탕으로한 우량채로서 투자매력이 있기에 목표한 자금조달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과거와 같은 민평대비 낮은 금리 디스카운트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