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전망] 제약업계 주력 아이템은 'AI 신약·경구용 비만 치료제'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올해도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과 '비만 치료제의 강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업계는 탄핵 정국 이후 환율 급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등에 따른 정책적 불안정성에 대응하려면 R&D(연구·개발) 강화를 통한 신약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AI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에서 심은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 과장이 AI 활용 신약 개발을 통해 정밀 의료 연구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올해 정부의 정책 방향도 기대가 높다.
지난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의 경쟁력도 강화될 분위기다. 7일 키움증권의 '제약·바이오 2025 산업 전망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바이오텍·의료기기 등 산업 종사자들은 올해 기대되는 질환으로 당뇨병·비만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 'AI 신약', 혁신과 현실의 간극··매출은 '엇박자'
지난해 AI 신약 개발이 혁신적인 성과를 냈지만, 매출 성적표는 아쉬운 결과를 보였다.
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AI 신약 개발 글로벌 시장 및 협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지원팀 연구팀은 "정부의 AI 신약 개발 관련 지원은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 발굴'과 'AI 모델 성능 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며 전주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I 신약 개발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3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9억270만 달러였으며, 연평균 40.2% 성장해 2028년에는 48억936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신약 개발 기업 31곳이 활동 중이다.
AI 기술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약물 성공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미래가 밝다. 대표 사례로 대웅제약은 지난해 2월 AI 신약 R&D 시스템 '데이지(DAISY)'를 통해 두 표적 단백질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단 두 달 만에 발굴했다고 밝혔다. 항암제 개발에서는 암세포 억제 물질 발굴 과정을 기존 1~2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AI 신약의 출발은 상승세를 탔지만, 매출 성장을 견인하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매달 50개 이상의 후보물질을 발굴했으나, 2024년 3분기까지 매출은 800만원에 그쳤다. 파로스아이바이오도 AI 신약 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신약 개발을 진행했지만 약 10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AI가 리스크를 줄이더라도 신약 개발 실패 가능성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전략적인 정부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성이 높다.
김민석 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 제약바이오산업지원팀 연구원은 "제약 바이오산업 전체가 아닌 초기 단계에 국한돼있어 AI 신약 개발 기업이 선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연구개발 지원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제약바이오산업 가치사슬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후보물질 발굴뿐 아니라 임상 연구와 시판 후 사후 추적 단계까지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기업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 뒤잇는 새로운 '성장 동력'
지난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위고비' 등 주사 제형 치료제가 큰 주목을 받으며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올해 개발 방향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이날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2025 제약/바이오 연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허혜민 연구원은 "위고비가 지난 2021년 6월, 젭바운드가 작년 11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비만 치료제는 현재 모멘텀 중기로 가고 있다"며 "모멘텀 초입과 같은 상승 탄력은 기대하기 어려우나 중장기 상승세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허 연구원은 올해 비만 치료제 개발 트렌드의 초점은 △제형 변경 △적응증 확장 △M&A(인수합병)에 맞춰질 것으로 분석했다.
경구용 치료제는 기존 주사 제형 대비 생산성과 투여 편의성이 뛰어나 비만 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도한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이하 노보)와 젭바운드를 개발한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는 이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두 주자로 나섰다. 노보의 경구용 치료제 '리벨서스'는 지난 2023년 비만 치료와 관련한 대규모 임상에서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오는 4월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도 후발 주자로 나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일동제약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는 지난해 9월 당뇨와 비만을 겨냥한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 물질 'ID110521156'의 임상 1상에 돌입했다. 대웅제약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수용체와 GIP(위 억제 펩타이드)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을 발굴하고 지난해 11월 특허 출원을 마쳤다.
디엑스앤브이엑스(이하 DXVX)는 지난해 8월 자체 개발한 경구용 비만치료제 'GLP-1RA'의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1일 1회 투여 방식인 해당 치료제는 위장관에서 분해를 최소화해 생체 이용률을 높이는 구조다. DXVX는 기존 주사제형의 불편함 해소와 치료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하면서 동물실험 등 추가 연구개발과 임상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의 주 1회 투여 가능한 GLP-1 기반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진행 중인 임상 3상의 종료 시점은 오는 9월로 예정된 가운데 상용화 시점이 2027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허 연구원은 "2025년도 비만 치료제의 다수 경구 제형 발표가 예상된다"며 "효능, 안전성, 용량과 흡수율 등에 따라 차기 'Best-in-class'(계열 내 최고 신약)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기술 거래와 M&A 타겟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