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뒷전 논란
밸류업, 기업지배구조 등 투자지침 없이 펀드 운용 국감 질타 받은 이후에도 여전히 미적용 '모르쇠'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담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미도입 등으로 질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적용하지 않아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를 자처하고, 운용자금만 44조원(홈페이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거대 투자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밸류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중요한 투자지침을 도입하지 않고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와 '고려아연' 등을 상대로 '거버넌스 개선'을 내세워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으로,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투자의 원칙을 담은 지침이다.
지난해 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투자한 기업의 가치 향상을 둘러싼 전략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내 주요 기관에서 앞다퉈 도입할 정도로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ESG기준원 통계 등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자는 4대 연기금을 포함해 239곳으로 집계됐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73개사로 지난 2017년 5월에 JKL파트너스가 처음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바 있다.
국내 PEF 약정액 상위 10위 운용사 중에서는 △스틱인베스트먼트(2017년 6월) △IMM인베스트먼트(2022년 7월)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했다. 하지만 MBK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명단에 없었다.
MBK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았던 사실은 작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나며 큰 질타를 받았다.
당시 김광일 MBK 부회장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질의에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백혜련 의원은 "많은 자금을 굴리면서 스튜어드십 코드도 도입하지 않고 국민연금공단에서 (MBK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며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사모펀드에 국민연금 위탁운용을 맡기는 것이 맞겠느냐"고 비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7년에 발간한 '우리나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한국 증시의 재평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기대한다"며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이사회 독단적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주주총회 기능 회복이라는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도입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책임 있게 운용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기본 원칙으로 최근 밸류업 정책 추진과 맞물려 기업가치 향상 전략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라는 내용도 반영되는 등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MBK는 자본시장 트렌드와 수탁자 책임 정신조차 외면할 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은 뒷전으로 한 채 단기 수익 창출에 몰두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