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의 시선] 대한민국의 메이데이

2025-01-02     김준환 폴라리스 대표 변호사

2024년이 지나고 2025년 새해가 밝았다. 필자가 50년 남짓 살아온 해 중에서 지난 2024년처럼 다사 다난했던 해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보통 어려움이나 사건 사고가 있다 할지라도 그 목표점이나 해결 방안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IMF사태 당시 온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목표점은 하루빨리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하는 것으로 뚜렷하게 존재했다. 코로나 팬더믹 당시에도 전례없는 대형 사건이었지만 감염종식이라는 모두의 공통된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메이데이를 외치고 있다. 메이데이는 초창기 항공시절 프랑스어가 공용어 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프랑스어로 Venez m'aider가 나를 도와달라는 뜻이었는데 이를 줄여서 m'aider(메데)를 구조 신호로 사용하였다. 이후 영어가 공용어로 되면서 메데와 가장 발음이 비슷한 Mayday를 항공 구조신호로 사용하게 되었다. May day를 띄어서 쓰면 5월 1일 노동절을 의미하고 구조신호는 붙여서 쓴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장이 없는 메이데이 상황이다. 의료계도 멈춰 있고 대외적 환경은 역대 최악수준이다. 환율은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하고 경제사정은 코로나 시절보다도 좋지 않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은 엄청난 위기의식을 느끼며 대비에 분주하지만 우리나라는 카운터 파트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갈 길을 잃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나 축구협회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겠지만 지금은 워낙 중대한 일들이 발생해서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월호에 버금가는 국가적 재난까지 발생했으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일단 시스템의 회복이 급선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추락하는 대한민국을 우선 제대로 된 시스템에 복귀시켜야 한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는데 행선지가 어디인지는 다음에 생각할 문제이다. 지금은 누가 되었던 추락하는 비행기의 조정간을 빨리 잡아서 수평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조종사 면허가 있느냐, 지금 어느 공항으로 가려고 하느냐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추락을 막고 볼 일이다. 항공기가 메이데이를 선언하면 지상 공항은 메이데이를 선언한 항공기에게 최우선 착륙 권한을 부여하고 다른 항공기는 모두 양보를 해야 한다. 하루빨리 대한민국호가 추락을 멈추고 순항 고도로 복귀하여 제대로 된 비행을 바란다. 2024년은 최고의 액땜을 한 해로 기억되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