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C커머스 공습·티메프 사태 악몽…쿠팡만 '나홀로' 독주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올해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닥뜨렸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시장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티메프발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던 업계의 노력을 무위로 만들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 플랫폼들이 '초저가'를 내세우며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시장 상황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도 쿠팡만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시장 독주를 이어가며 눈길을 끈다.
◆ 'C커머스' 공습에 국내 이커머스 '바람 앞 등불' 신세
알리·테무 등 C커머스 플랫폼의 공습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초저가를 앞세운 C커머스 플랫폼은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힘입어 올 한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여러 유해물질이 검출되고, 고객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수집하는 등 각종 논란이 잇따랐지만, 파격적인 가격 혜택 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보름가량이 소요됐던 배송 기간도 일주일 이내로 단축하면서 C커머스 플랫폼을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쿠팡이 약 3220만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알리는 전월 대비 6.9% 증가한 968만명으로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알리는 쿠팡을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을 모두 따돌리고 2위에 안착했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알리와 테무의 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알리와 테무의 카드 결제액 점유율은 각각 1.29%(14위)와 0.35%(19위)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3.36%(7위)와 0.71%(13위)까지 뛰어올랐다. 양사에서 주로 구매하는 제품이 저가 공산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2024년 한해 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 앱의 누적 신규 설치 건수는 2462만건에 달한다. 국민 절반이 C커머스 앱을 설치한 것이다. 알리는 658만건, 테무는 1804만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알리는 G마켓과 협업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테무의 경우, 사용자의 37~50%가 매월 이탈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 '탈팡이 뭐죠?'…멤버십 가격 올려도 쿠팡은 역시 쿠팡
이커머스 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쿠팡은 독주를 이어가며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와우'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에도 이탈은커녕 오히려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이 더욱 괄목할 만하다.
쿠팡은 지난 8월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월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무려 58.1%나 올리는 파격적인 인상안이었다. 쿠팡은 이를 기반으로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강화하고 전국을 로켓배송 권역으로 만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 계획이 공개되자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쿠팡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로켓배송 외에도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 다양한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여전히 '가성비'를 갖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G마켓, 컬리, 11번가 등 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멤버십 가격 인상에 따른 '탈팡족'을 유인하기 위해 가입비 면제 및 할인 혜택을 내건 멤버십 행사 펼쳤다.
그러나 이미 '와우 멤버십' 혜택에 익숙해진 고객층을 빼내어오기란 쉽지 않았다. 쿠팡은 지난 3분기 매출 10조6900억원, 영업이익 1481억원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2분기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도 225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증가하며 '탈팡' 우려를 일축시켰다.
이처럼 쿠팡은 사업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다수의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우대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제품 후기를 작성하게 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이에 대해 쿠팡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반발에 나섰지만 사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와우 멤버십과 관련해 불필요한 서비스를 끼워팔고, 고객이 이를 해지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절차를 어렵게 만드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티메프의 '대금 미정산 호러쇼'…역사상 '최악의 사고' 기록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는 올해는 물론 국내 이커머스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억될 전망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성장 정체, 중소 플랫폼 도산 등 티메프 사태의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G마켓 성공신화를 쓴 구영배 큐텐 대표의 무리한 운영 방식이 티메프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단기간에 무리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 대금을 인수합병 자금으로 유용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구 대표가 빚어낸 '실패'의 결과는 고스란히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티메프 사태의 피해 금액은 약 1조5950억원, 피해자 규모는 약 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구·가전 전문 플랫폼 '알렛츠(ALLETS)'와 디자인 상품 쇼핑물 '1300K' 등을 비롯한 중소 플랫폼의 줄도산도 티메프 사태의 상흔으로 남았다.
현재 구 대표와 티메프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티메프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법정관리인은 기업 매각을 통해 인수 자금을 확보해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기 불황과 탄핵 정국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피해자 환불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9월부터 진행 중인 여행·숙박·항공 상품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결과가 지난 19일에서야 나왔다. 티메프와 판매사, PG사(전자결제대행사) 등이 함께 연대해 피해자들의 결제 대금을 환급하도록 했다. 티메프는 결제 대금 100%, 판매사와 PG사는 각각 결제대금의 90%, 30%를 연대해 환급해야 한다.
그러나 판매사와 PG사들이 이러한 내용의 결정서를 받은 후 조정안을 수락해야 환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조정안대로 이행될 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아 피해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