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IP 분쟁'까지…다사다난 했던 게임업계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올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IP(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시끌시끌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가 이어질 만큼 상반기 가장 큰 이슈는 확률형 아이템 문제였고,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분쟁 사례가 늘어났다.
이와 함께 '모바일' 중심이었던 게임 생태계가 'PC·콘솔'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됐다.
◆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본격 시행…확률 논란 우후죽순
넥슨은 지난 1월 '메이플스토리'와 '버블 파이터' 등에서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00억원대 과징금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받았다.
메이플스토리는 장비 옵션을 재설정·업그레이드하는 '큐브'의 확률을 소비자 몰래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넥슨은 해당 제재에 대한 후속 조치로 기존 1200~2400캐시로 판매되던 큐브를 게임 재화로만 소모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4월부터 다수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터졌다. 법 시행 전후로 문제를 발견한 기업들은 오류 및 실수였다며 보상안을 마련했으나, 게이머들의 원성을 샀다.
공정위는 4월 15일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은 그라비티와 위메이드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웹젠의 게임 '뮤 아크엔젤'에 대한 조사도 이어졌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0.8%였던 일부 아이템 등장 확률을 0.1%로 수정하는 등 실제 확률에 비해 8배 부풀려왔던 것이 드러났으며, '뮤 아크엔젤'은 149회 뽑기까지 획득 확률이 0%인 바닥 시스템이 논란이 됐다.
'나이트크로우'는 가장 높은 '전설' 등급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0.0198%에서 0.01%로, '영웅' 등급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1%에서 0.32%로, 희귀 등급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7%에서 3.97%로 정정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도 유료 아이템 상점에 걸그룹 '뉴진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을 출시하고 확률 정보를 공개했으나, 실제 확률과 공개된 확률이 달라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이용자가 제기한 확률형 아이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라며 "이 판결의 영향으로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리니지 라이크'에 서브컬처까지 장르 가리지 않는 IP 분쟁
올해는 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IP 분쟁 사례가 발생했다.
엔씨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 경쟁 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고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ROM)'이 '리니지W'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는 것이다. MMORPG 장르가 갖는 공통적·일반적 특성을 벗어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엔씨의 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레드랩게임즈는 "개발 단계에서 게임 법무 검토를 진행했고, 일반적인 게임 이용자 인터페이스 범주 내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엔씨가 롬의 부분적 이미지들을 짜깁기해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웹젠의 'R2M'과 '리니지M',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이즈의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 등 리니지 3형제에 대한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 앤 다커'를 두고 분쟁 중이다. 넥슨 과거 신규 개발 본부에서 '프로젝트 P3' 개발 팀장을 맡았던 최씨가 소스 코드와 각종 데이터를 개인 서버로 유출하고, 일부 팀원들과 회사를 떠나 아이언메이스를 세운 뒤 빼돌린 자료를 기반으로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넥슨은 해당 변론에서''P3'와 '다크 앤 다커'가 구성 요소의 선택, 배열 조합 면에서 동일한 게임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장르 유사성을 지적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다크 앤 다커'에 'P3'에 없던 여러 새로운 요소가 들어갔으며, 넥슨이 유사하다고 지적한 요소들은 이미 다른 게임에도 있는 요소라고 대립했다.
IP 침해로 인해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디나미스 원의 '프로젝트 KV'는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를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으며, 이에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게임사가 아닌 게이머들이 IP 지키기에 나서는 데 큰 의의가 있는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 모바일→PC·콘솔…고무적인 게임 플랫폼 변화
2024년은 모바일 중심이었던 국내 게임 생태계가 PC·플랫폼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해였다. 지난해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의 바통을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이어받았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 5' 독점 타이틀로 출시돼 약 두 달 만에 100만 장 이상 판매, 출시 첫 주 게임 평론 웹사이트 메타크리틱 유저 스코어 9.3점 등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2024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는 최우수상을 포함해 7관왕을 달성했다.
내년 출시 예정인 크래프톤의 '인조이',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 등은 올해 진행된 유럽 최대 게임 전시회 2024 게임스컴과 지스타 2024에 참가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긍정적인 평가도 받으며 내년을 기대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PC·콘솔 플랫폼 신작들이 많이 공개되면서 산업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이 많다"라며 "무엇보다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은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