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車보험료 인상 논의 '급정거'

2024-12-24     김성수 기자
11월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브레이크 없이 지속 상승하면서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를 둘러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의 입장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혼란한 정국으로 인해 금융당국이 경기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한 상생금융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롯데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7개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전년 대비 2.8%포인트(p) 오른 82.0%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란 받은 보험료 대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보험료 인상·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80%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 주요 손보사의 지난 11월 자동차보험 단순 평균 손해율은 전년 대비 6.1%p 오른 92.4%로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보사별로는 현대해상 97.8%, 삼성화재 92.8%, KB손해보험 91.6%, DB손해보험 87.5% 순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에 보험료 인상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손보사들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2022년부터 3회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던 만큼 보험사로 들어오는 보험료가 감소해 사고당 손해액이 증가했고, 겨울철 폭설·결빙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손해율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정국의 여파로 금융당국이 불안정한 외환·금융 시장 수습을 급선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한 민생 안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보험료가 즉각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반영돼 상생금융을 이유로 금융당국의 보험료 인하·동결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올해 금융당국과의 자동차보험료 조정 논의가 어렵다고 보고 자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업계 최초로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버(고령자) 비상제동장치 장착차량 할인 특약'을 출시했다.

비상제동장치는 도로에서 전방의 차량이나 보행자와의 거리가 급격히 좁혀질 때 운전자가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 차량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 충돌을 예방하는 운전보조 기술이다.

현대해상은 자동차보험 '첨단안전장치 장착 할인 특약' 상품을 개정해 할인 대상에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를 추가했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차 안의 모니터로 제공하는 장치다. 차량 주변 360도 상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듯 운전자에게 제공해 주차 또는 좁은 골목길 주행 중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를 넘어서면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올해도 동결 또는 인하 쪽으로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안전장치 특약을 마련하는 등 차사고 예방에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