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년 만에 '최고치'…끝없는 '원화 추락'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금리 인하'에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국내 증시가 2% 가까이 폭락했다.
실제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시사에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인 1450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는 종가 1450.6원으로, 전일 1451.9원에 비해 1.3원 하락했으나 여전히 145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가 기준으로 환율 1450원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처음으로 장중 최고가는 1453.0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환율 급등세는 탄핵 정국과 더불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자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각) FOMC(연방공개시장위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낮추면서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연준은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이면서 달러 강세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2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1.78포인트(1.30%) 떨어진 2404.15로 집계됐다. 코스닥 지수는 16.05포인트(2.35%)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183억원, 88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7902억원을 순매수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도 원화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원화 매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점도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한은은 지난 11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예상했다.
유럽에서 통화정책을 완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원화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최근 3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내년에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로화 약세는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달러 강세는 원화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은을 비롯한 금융 내년 1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치가 더해질 경우 원·달러가 1500원대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율이 1500원대였던 때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월10일 종가로 기록한 1511.5원이다.
한편, 환율이 급격히 오름세를 나타내자 금융당국은 당초 연내 도입할 예정이던 은행권 자본강화 규제(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도 내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시장안정화 조치를 위해 은행권에 기업 외화결제·대출 만기 조정 검토를 요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방어를 위해 점진적으로 외환보유액 증대와 더불어, 외환스와프 추가 체결 등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