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문영숙 / 서울셀렉션 / 1만3800원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 떠돌이가 된 독립 투사들의 후손을 기억하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은 누구일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 문영숙 작가는 '조국으로부터 잊힌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중 하나라고 답한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은 '적성 이민족'으로 낙인찍힌 까레이스키들이 끊임없는 시련을 겪는 이야기의 디아스포라(고국이나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집단) 소설이다. 고려인이라 불리는 까레이스키는 일본 식민 지배 시절 국경을 넘어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토크, 핫산 일대에서 살던 우리 민족이다. 이들 중 다수는 일본에 맞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1937년, 17만여 명의 까레이스키가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강제로 태워져 중앙아시아로 이주했다. 이주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굶주림과 질병, 추위와 풍토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까레이스키는 강인하고 끈질긴 민족성으로 벼농사를 일궜고, 무지를 옥토로 바꿔놓으면서 '노력 영웅'을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이 됐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 자금도 꼬박꼬박 내던 까레이스키들은 강제 이주 후 완전히 조국과 단절돼 해방된 이후에도 조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
과거 안중근 의사, 홍범도 장군처럼 목숨 바쳐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분들과 그 후손도 강제 이주를 당해 낯선 땅에서 조국의 광복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또 그분들의 2세, 3세들은 여전히 타국에서 방랑자로 살아가고 있다.
문영숙 작가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던 사람들을 기억해 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역사의 그늘에 놓인 이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유를 전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영숙 작가의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