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의 보험톡] 탄핵 정국에 갇힌 '실손보험 개혁'

2024-12-19     김성수 기자

컨슈머타임스=김성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개혁'이 좌초 수순을 밟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보험산업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뜻을 모아 출범한 보험개혁회의의 마지막 과제가 결국 흐지부지된 것이다.

특히 실손보험 개혁은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실손보험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 중 의료개혁에 포함된 사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무회의에서 실손보험 개선안을 연내에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19일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 전 최종 의견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개혁의 주역인 윤 대통령이 경솔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개혁 엔진이 동작을 멈춘 것이다.

실손보험은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편을 진행해 왔지만, 결국 비급여 개편을 해결하지 못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상품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보건당국,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손잡고 이러한 실손보험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하지만 비상계엄 당시 내려진 포고령에 적힌 내용인 '전공의 처단'이라는 문구를 두고 함께 논의를 진행하던 의료계 관계자들이 참여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금융당국은 예정대로 연말에 실손보험 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비급여 대책이 빠진 실손보험 개혁안은 앞서 진행했던 제도 개편과 다를 게 없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이어지면서 개혁안 발표는 결국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은 지난 1세대 출시 이후 현재 판매하고 있는 4세대 보험이 등장하기까지 자기부담금을 상향하고, 보장 범위·한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을 지속해 왔다. 실손보험 출시 초기에는 자기부담금 개념이 없었지만, 지난 개편을 겪으며 최대 30%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자기부담금 인상을 통해 비급여 과잉진료를 억제하겠다는 의도겠지만, 결국 피해는 또다시 선량한 소비자의 몫이다.

환자 부담금이 늘어날수록 진짜 치료가 필요한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 또한 지금처럼 자기부담금을 늘리고 보장 범위·한도를 축소하는 방향의 개편이 지속된다면 뒤늦게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보장도 줄어든다.

같은 이름을 가진 상품에 가입하면서 숫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더 적은 보장을 원하는 소비자는 없다. 줄어든 보장만큼 이들을 위한 보험료 인하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만 높아질 뿐이다.

결국 실손보험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의 비급여 관리 강화 논의가 필수적이다. 비급여를 관리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과 규제 없이는 병원의 과잉진료와 환자들의 의료쇼핑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 한 해 동안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추진해 오던 '보험업권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잘 구별해 실손보험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단순히 자기부담금을 인상하고 보장 범위·한도를 축소하는 '반쪽짜리' 변화가 아닌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는 실손보험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