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인적 쇄신'…은행권, '영업통' 내세워 체질 개선 박차

2024-12-17     김하은 기자
(왼쪽부터)이환주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4대 은행 중 신한을 제외하고 KB국민·하나·우리은행이 은행장을 교체하며 안정 대신 쇄신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에서 이같은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선 것은 불확실성이 다분한 현 금융시장에서 실적 개선과 함께 내부통제 관리를 책임질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은행들은 탄핵 정국에 따라 저성장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행장 교체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거나 희망퇴직을 받는 등 조직 슬림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계열사 CEO 선임에 나선 KB금융지주는 KB국민은행의 새 은행장에 비은행 계열사 CEO를 파격 발탁했다. 국민은행장 최종 후보로 선임된 이환주 내정자는 KB라이프생명 대표로 재임 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성공적인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내정자는 이달 말 국민은행의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은 선임했다. 

정 내정자는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 우리은행의 조직 쇄신을 위해 지난 12일 이른바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춘 첫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현장 중심의 영업 인력을 확대하고 수석부행장급인 부문장 제도를 과감히 없앴다. 업무가 겹치는 부행장과 본부장 자리도 대폭 줄이거나 조직 통폐합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부행장은 기존 23개에서 18개로 줄이는 한편, 기존 부행장 11명에 대해 세대교체를 이뤘다. 이와 함께 비대한 조직을 슬림하게 개편했다. 기존 2부문 20그룹 9본부 체제가 본점만 비대한 구조라는 판단이다. 이번 개편을 통해 20그룹 체제가 17개로 축소됐다.

가장 최근 은행 수장을 선임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12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이호성 사장을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시장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며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능통한 인재를 중용했다는 입장이다. 

이 내정자는 '영업통'으로 꼽히며 하나카드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트래블로그'를 필두로 가입자 수 700만명을 유치하며 고도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이 내정자는 풍부한 현장 영업 경험과 더불어 그룹 내외부 네트워크와 협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농협금융지주만 농협은행 CEO 선임을 남겨두고 있으나 농협은행 역시 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상 농협은행은 행장 연임이 일반적이지 않은 데다 올해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석용 현 행장 교체가 무게가 실린다.

이처럼 은행권에서 영업통을 앞세운 쇄신 인사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 환경 불확실성'이 크다. 탄핵 정국으로 치솟는 환율과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영업의 중요성이 보다 절실해진 것이다. 

내부통제 부실도 수장 교체에 힘을 실었다. 올해만 주요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횡령'과 '부당대출 이슈'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CEO 선임에 내부통제도 실적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안정적인 성과창출은 물론 비은행부문의 강화가 금융그룹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들이 후보로 추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