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소비침체·환율…내수경기 덮친 '3각파도'

소매판매액지수 등 내수경기 지표 부진 속 비상계엄 직면 강달러에 소매·여행업 위축 전망…내년 물가도 위험 내수기업들 "불확실성 커, 미래 예측 불허…최악상정 내년계획 수정"

2024-12-15     인터넷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8년 만에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이 도래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내수 경기에도 짙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정상화의 단초는 마련됐지만 경제의 예측 가능성은 여전히 바닥인 상황이다.

소비 심리가 좀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미래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돌출하면서, 유통업을 포함한 내수기업 전반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렵다"…소매판매지수 줄곧 하락세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내수 경기 침체는 올해 들어 더 두드러진다. 고물가·고금리 속에 실질 가계 소득이 낮아진 탓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공개한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0.2%) 이래 10개 분기째 감소세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록이다.

여행과 외식 등이 떠받치는 서비스 소비도 1.0%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21년 1분기(0.7%)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다.

업태별로 보면 백화점의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21.6으로 2021년 3분기(112.5) 이래 최저치였다.

대형마트(98.0)는 지난해 3분기 이래 4개 분기 연속 100을 밑돌았고 면세점(80.0)도 지난해 1분기 이후 줄곧 70∼80대에 머물렀다. 1년째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소상공인들은 이미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을 체감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천63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 환율 급등에 위축되는 유통·관광…내년 물가도 '들썩'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환율 불안은 내수 경기를 덮친 또 하나의 위험 요소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때 1,440원 선을 뚫은 원/달러 환율은 이후 1,430원 선을 오르내리며 고공행진 중이다. 13일 기준 올해 연평균 환율(하나은행 매매기준율·1,362.30원)보다 무려 70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내년도 환율을 1,300원대로 예상한 유통사들로선 급히 사업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해외에서 농수산물과 생필품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수입처 다변화, 결제 화폐 변경 등의 방식으로 비상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환율 상승으로 새해 벽두부터 수입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식품·외식업계도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강달러까지 겹쳐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원재룟값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여행업계도 예상 범위 밖의 강달러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예약 취소가 쇄도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환율이 지속하면 해외여행 수요가 위축되는 등의 여파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하는 내수기업들…"불확실성 증폭"

유통사를 포함한 내수 기업들은 이미 올해보다 더 나쁜 내년을 대비하고 있다.

앞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내년 소매유통 부문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소비 여력 감소 등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소매유통업의 실적 저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일회계법인도 내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금리인하와 수출의 낙수효과로 일부 내수 회복이 기대되지만, 회복 강도가 기대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특히 소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민간 소비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추세를 큰 폭으로 이탈했다며 잠재 성장력 둔화와 가계부채, 고령화 등으로 가계 소비 여력이 줄어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봤다.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에 소비 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침체의 늪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