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말 앞두고 '개인형 IRP' 마케팅 박차

2024-12-10     김하은 기자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개인형 퇴직연금(IRP)' 이벤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의 희망 퇴직자가 썰물처럼 빠져나오는 시기인 점을 고려했을 때, '퇴직연금 실물 이전(갈아타기)' 서비스로 고객 유치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6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기업)은 IRP 장기 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IRP는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과 노후 대비 자금을 한꺼번에 모아뒀다가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는 상품으로, 은행·증권사·보험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통상 1금융사 1계좌가 원칙이다.

주요 은행들은 IRP 가입 유치를 위해 스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걸그룹 '아이브'의 안유진, 우리은행은 가수 아이유, NH농협은행은 배우 변우석을 모델로 앞세워 은퇴 세대는 물론, 젊은 직장인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선 IRP를 신규 가입하거나 실물 이전의 경우, 적립금을 넣어주거나 커피 쿠폰 및 소정의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개인형 IRP 신규 가입 시 300만원 이상 입금한 고객 선착순 5000명에게 GS25 모바일 상품권 2만원권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 또한 '최대 2만원을 Easy하게, IBK IRP' 이벤트를 통해 퇴직연금을 일정 금액 이상 적립한 고객에게 IRP 적립지원금 1만원과 상품권 2만원의 경품을 제공한다.

이처럼 은행 간 IRP 이벤트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경에는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날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 특성상 장기 충성 고객을 유치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40년 퇴직연금 시장이 117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원대임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불어나는 셈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7~9월 금융권 퇴직연금의 전체 적립금은 약 40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은행 적립금만 약 210조원으로, 절반이 넘는 53%에 달한다. 뒤이어 증권이 약 97조원(24%), 보험 약 93조원(23%) 순이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서비스는 당국 정책 중 하나로, 지난 10월 말부터 시작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상품을 타 금융사로 옮기려면, 보유하고 있던 상품을 해지해 현금화한 뒤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정책이 바뀐 후부턴 기존의 퇴직연금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도 타 금융사로 투자 상품과 자금을 그대로 갈아탈 수 있어 신규 고객 유치가 보다 수월해졌다.

다만 퇴직연금 실물 이전이 간소화되면서 그만큼 고객 이탈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실제 개인 IRP 고객의 경우 은행에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증권사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은행권에선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 충성 고객 유지를 위해 내년 초까지 스타 마케팅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등이 집중된 연말연시엔 (퇴직연금) 갈아타기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면서 "타 금융사로의 이탈 방지를 위해 개인형 IRP의 경우 은행 창구와 영업 마케팅을 통해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