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1.9%…저성장 속 '장기 경기침체' 가시화

2024-11-29     김하은 기자
이창용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5년 만에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내린 가운데 내년 한국 경제가 1%대 머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등 해외 시장에서도 1%대 전망치를 내놓은 가운데, 한은마저 비슷한 수준의 전망치를 공식화하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내후년인 2026년 성장률도 1.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8일 통화정책방향에서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와 함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직전 대비 0.2%포인트 내렸다. 내후년은 0.1%포인트 낮은 1.8%로 제시했다. 

이처럼 한은이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인 2%도 못 미칠 것이란 비관적 관측을 내놓으면서 경기 침체의 굴레에 빠져 들어가고 있음을 방증했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한은이 1%대 저성장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낮추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도 내년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춰 잡았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 영향은 2026년부터 반영된다고 가정됐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0%를 제시했다.

경제 하방 리스크의 원인으로는 '수출 둔화세'가 꼽힌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과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수출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더불어 트럼프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자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예상을 깨고 '깜짝 인하'가 이뤄진 배경 역시 그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도맡았던 수출 환경이 미 대선 후로 판도가 뒤집혀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반도체·화학제품·철강 공급 확대가 우리 경제의 수출 증가세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재화수출 증가율을 1.5%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 수출 환경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과 투자 확대 흐름을 타고 증가하고 있는데, 중국 반도체 기업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총재는 "3분기 수출이 액수보다는 물량 기준으로 크게 낮아졌다"면서 "(물량 감소가)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라 경쟁국과 수출 경쟁이 심화되고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금리 인하 배경을 밝혔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정책에 따라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성장률 전망치 하락이 분명해졌다. 한국이 올해도 미국을 상대로 5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흑자를 보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통상 압박이 보다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서다.

한은이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년보다 더 낮게 제시한 것도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1.8%로 낮춘 바 있다. JP모건과 노무라도 1.7%를 제시했다. 이들 모두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요 하방 리스크 원인으로 꼽았다.

내수 부진의 장기화도 향후 한국 경제 성장의 장애요소로 꼽힌다. 민간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부터 꺾인 소매판매는 2년 반째 연속 내림세로,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건설업체의 공사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도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내수 부진은 장기 저성장을 고착시킬 위험성이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고령화와 내수 부진에 따른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산성 강화는 곧 수출 증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기본적으로 수출로부터 나오는 성장세가 내수로 전파되는 온기가 낮아질 것을 대비한 것"이라면서 "수출 확대는 결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정책이나,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인구 고령화는 노동력과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주 원인"이라며 "AI(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