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 쓴 백종원·묵찌빠 최재림…유통가 푹 빠진 '밈 마케팅'

2024-11-14     안솔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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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최근 유통업계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밈(Meme)'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밈은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모방 등을 통해 전해지는 문화 요소'를 뜻한다. 이 개념은 최근 온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복제되면서 유행하는 일종의 '인터넷 유행어'를 일컫는 용어로 변모했다. 

특히 밈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잘파세대(Z+알파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젊은 층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 소비계층인 이들과 소통을 위해 밈을 브랜드나 제품과 결합,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나서고 있다. 

써브웨이는 안창비프 컬렉션' 출시와 함께 요즘 화제가 된 밈을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먼저 '복화술' 연기와 '묵찌빠 아저씨' 등 숏폼 콘텐츠를 통해  화제가 된 뮤지컬 배우 최재림과 함께 '미지의 테이스트(Taste)'를 주제로 패러디 영상을 선보였다. 이 영상은 뮤지컬 '시카고'와 오페라 '리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작했다. 

영상을 보면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무대와 재즈풍 사운드를 배경으로 최재림이 깔끔한 수트를 갖춰 입고 복화술로 "모르셔도 됩니다"란 대사를 하며 재료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어 복화술로 주제인 '미지의 테이스트'를 부각하며, 오페라 '리타' 중 '묵찌빠, 제로'라는 노래 가사에 착안해 "소고기로 유학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이라는 대사를 이어간다. 영상의 하이라이트에서는 "알고 싶으시죠?"라며 '미지의 테이스트'가 신메뉴 '안창비프&머쉬룸 샌드위치'임을 소개한다.

넷플릭스 요리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성재 셰프와 함께한 인터뷰 영상도 공개했다. 안 셰프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채소의 익힘 정도", "고기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등의 명대사로 수많은 패러디물을 양산시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 셰프는 써브웨이와 함께한 영상에서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흑백요리사 속에서 요리를 심사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오늘 준비한 메뉴는 뭔가요"라고 물은 뒤 제품을 시식한 그는 "고기와 채소, 버섯 맛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며 "프랜차이즈에서 만든 샌드위치치고는 꽤나 만족스러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라면 가끔 가서 먹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고 영상임에도 '꽤나', '가끔'이라는 표현 등을 그대로 노출하는 등 안 셰프의 진솔한 평가를 담아내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배우 최재림과 셰프 안성재의 써브웨이 영상은 13일 기준 각각 361만회, 160만회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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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다방 역시 '흑백요리사'의 또 다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밈을 활용, 화제몰이에 나섰다. 

빽다방 인스타그램은 신제품 샌드위치를 소개하며 검은 안대를 쓴 백 대표의 이미지를 업로드했다. 백 대표 이미지에 말풍선을 넣고 "이게 뭐여.. 어억? 오옹?"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백 대표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블라인드 심사를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된 것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신제품을 '앙옹아요앵으'라고 소개하며 제품명을 맞추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는 '크림마요샌드'를 입에 음식을 넣은 채 웅얼대는 듯한 발음을 표현한 것으로, 이 역시 백 대표의 블라인드 심사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빽다방을 비롯해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입간판 속 백 대표의 눈을 검은 비닐봉지로 가리는 등 '안대 밈'에 적극 동참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화제를 모은 밈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잘못 사용할 경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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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스킨라빈스는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유행어로 화제가 된 '럭키비키' 밈을 무단 사용해 논란이 됐다. 

'럭키비키'는 장원영의 영어 이름인 '비키(Vicky)'와 운이 좋다는 '럭키(Lucky)'의 합성어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장원영의 긍정적 화법과 함께 '원영적 사고'를 일컫는 신조어로 화제가 됐다. 

배스킨라빈스는 신제품에 해당 문구를 사용해 '럭키비키 모찌'라는 이름으로 출시하면서 장원영 측과 따로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사과와 함께 이달 중 제품 판매를 종료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제의 '밈'을 사용하면 젊은 층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과 효과성을 모두 얻을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라면서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화제성과 더불어 브랜드나 제품 이미지에 부합하는지, 사용 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