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인뱅·핀테크사와 '맞손'…플랫폼 경쟁 '시동'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은행권이 인터넷은행에 이어 핀테크사, 유통기업 등 업권을 막론하고 '공동 상품'을 출시하는 등 활발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도 인터넷은행과 비금융사 손을 잡고 플랫폼 확장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은행들이 단순 영업으로만 고객을 유치하는데 한계를 느끼면서 다양한 금융사와 핀테크사의 제휴 서비스는 물론, 콜라보 상품을 개발해 영토 확장 경쟁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최근 외환 서비스인 '달러박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달러박스는 일상에서 편하게 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환전부터 출금, 선물까지 수수료 없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은 토스뱅크와 지난 8월 최저 연 4%대 금리의 '직장인 함께대출' 상품을 공동 출시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은행권 첫 공동대출 상품으로, 두 은행이 상품 개발부터 신용평가 모형, 자본, 사후 관리를 같이한다. 해당 상품은 출시 한 달 만에 대출액 700억원을 돌파했다.
전북은행도 카카오뱅크와 공동 대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케이뱅크 역시 공동 대출 상품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과의 협업은 상호 보완이 되는 혁신적인 금융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의 막강한 비대면 플랫폼을 빌려 지방 영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반면 인터넷은행은 다른 금융사와의 결합을 통해 비대면 채널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역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아 건정성 강화가 시급한 지방은행과 주택담보대출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인터넷은행의 협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의 합종연횡은 은행업권을 넘어 핀테크사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삼성금융네트웍스와 손잡고 은행 빼고는 다 있는 삼성 금융 앱 '모니모'에서 국민은행 입출금 통장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 회원 전용 통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토스와 공동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토스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은행 IRP(개인형 퇴직연금) 신규 가입 시 적립금을 제공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생활용품 매장인 다이소와 제휴해 다이소 회원이 신한은행 상품 가입 시 다이소 상품권이나 적립금 혜택을 주는 '월간 다이소'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CJ올리브네트웍스와 당근과 제휴를 맺고 상품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은행은 CJ올리브 회원들이 충전하는 선불충전금을 보관, 운용하면서 이자를 지급한다. 하나은행은 당근페이 이용자를 위한 전용 입출금 통장 및 체크카드를 출시하고 당근 고객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도 인공지능(AI) 기반 반려동물 건강체크 플랫폼 '티티케어'를 운영하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이아이포펫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자사 앱인 NH올원뱅크에서 △AI기반 자가 건강체크 △수의사 상담 △원격진료 등을 포함하는 '반려동물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업권의 벽을 허물고 플랫폼 경쟁 선점에 나선 이유는 전통적인 은행 업무만으로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신규 가계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인터넷은행도 주담대 외에 수익성을 개선시킬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은 다수 고객을 기반으로 한 유통기업, 플랫폼 사업자 등과 제휴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수수료 이익을 얻고, 장기적으로는 금융 플랫폼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금융과 신기술이 융합된 핀테크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종 산업의 기업들 간 협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은 금융 본연의 역할에 더해 다양한 사업 확장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라며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핀테크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신규 고객 유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