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부진' 카드업계…프리미엄 연회비 수익 '쏠쏠'

적립·할인 내세운 '알짜배기 상품' 단종에 소비자 불만↑

2024-10-08     김하은 기자
[사진=연합뉴스]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연체율이 치솟자 '업황악화'에 빠진 카드업계가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공략을 내세우면서 올 상반기에만 연회비 수익이 7000억원을 돌파했다. 

프리미엄 카드는 통상 10만원 이상의 연회비가 붙는 카드로, 일정한 씀씀이를 유지하는 고액 자산가가 주 고객인 만큼 안정적인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각 사마다 연회비와 혜택은 상이하지만, 주로 호텔·항공·골프 등 고소득·고신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 8곳(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카드)의 올 상반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70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이 연회비로 벌어들인 수익은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연체율 상승까지 높아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는 카드업계가 연회비가 높은 'VIP 초우량 고객' 유치에 집중한 데 따른 결과다. 우량고객은 결제액도 많고 연체율 위험도 크지 않아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카드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핵심 수익원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점차 인하하는 추세로 전환되며 수익성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 중 연회비 수익이 가장 큰 곳은 현대카드로, 회비 수익은 163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업계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현대카드는 지난 2월 프리미엄 대명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 신상품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카드 더 블랙·퍼플·레드·레드스트라이프 에디션2·그린 에디션3·핑크 에디션2 등 총 상품 6종을 내놨는데 이 중 최상위 프리미엄 카드인 더 블랙은 연회비만 300만원에 달한다.

연회비 수익 2위인 삼성카드의 대표 프리미엄 카드는 '디아이디(THE iD)'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디아이디' 시리즈는 연회비가 70만원 이른다. 공항 라운지 연 12회 제공 등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혜택을 담았다. 

3위인 신한카드는 이례적으로 호텔 프리미엄 카드인 '메리어트 본보이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카드는 연회비 26만원으로, 호캉스를 즐기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출시했다. 

이처럼 프리미엄 카드 상품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적은 실적에도 적립과 할인 혜택을 담은 '알짜배기' 상품들은 단종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카드사가 올해 상반기 단종시킨 신용·체크카드 수는 373개로, 지난해 단종 건수(458개)의 81%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체크카드는 상반기에만 91개를 단종해 통계 집계(2017년) 이래 가장 많았다. 

전월 이용실적과 관계없이 전 가맹점에서 일시불·할부 모든 결제에 대해 0.7% 기본적인 적립을 해주거나 1% 무제한 할인 혜택을 제공했던 신한카드와 우리카드의 '알짜상품'들은 각각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업계에선 취향이 각기 다른 소비자들의 니즈(Needs)에 맞게 다양한 혜택을 담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혜택이 대폭 축소돼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 경우 연회비 수익도 수익이지만, 높은 연회비를 지불하고서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그만큼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로열티가 높은 고객들로서 충성 고객 확보차원에서도 카드사에게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도 프리미엄 카드 고객들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는 꾸준히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