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내수부진에 금리인하 가능성"…38개월만의 피벗 임박
전문가 "집값·대출은 아직 불안"…9월 5대은행 일평균 주담대 취급액 또 '최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낮추고,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이뤄지면,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무려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되는 셈이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까지 떨어져 긴축의 제1 목표인 '2% 상승률'이 달성된 데다, 민간 소비·투자를 비롯한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불안이 커지고, 미국까지 앞서 지난달 빅컷(0.50%p 인하)에 나선만큼 한은이 정부·여당 등의 압박 속에 더 이상 인하를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대출과 서울 등 수도권 집값에 다시 불을 지를 수 있는 만큼, 관련 데이터를 더 충분히 확인한 뒤 피벗을 11월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 7명 중 6명, 11일 인하 전망…"물가 1%대로 떨어졌고, 내수진작 압박 더 못버텨"
6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인 6명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인하 전망의 주요 근거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2%) 안착, 민간 소비 등 내수 부진에 따른 성장률 하락 우려가 주로 거론됐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 가계대출 증가폭 9.6조→5.6조…"연휴 효과 등에 추세 확신 못해"
하지만 물가와 경기·성장 측면에서 피벗의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해도, 나머지 전제 조건인 '집값·가계대출 안정'의 충족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수 전문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서 지난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수는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은 지금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하기 때문에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천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5조6천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천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하지만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에만 새로 10조3천516억원이 취급됐다. 하루 평균 3천451억원 규모로, 8월(3천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천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