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만나는 지름길, 철학의 뒷계단
빌헬름 바이셰델/김영사/2만9800원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철학에도 뒷계단이 있다. 뒷계단을 통해 올라간다면 화려한 허식이나 고귀한 척하는 과장이 없는 그들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들의 본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들의 인간됨, 또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려고 애쓰는 위대하고도 약간 감동적인 노력도 보게 된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뒷계단으로 올라온 무례함은 없어지고 오히려 철학자들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왜 뒷계단일까? 앞계단을 오를 때와는 달리 말쑥하게 차려입지 않아도 되고, 그리로 올라가면 역시 평상복 차림을 한 거주인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장식에 시선을 빼앗길 일도 없이 바로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담 없이 올라가 꾸밈없는 철학자들을 만나 곧장 대화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의 뒷계단을 오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철학의 계단을 오르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이리저리 피해다녔던 탈레스가, 사람들의 지켜보는 시선은 아랑곳않고 24시간을 꼬박 같은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던 소크라테스가, 눈에 띄는 거대한 몸피를 지녔음에도 "어떤 경우에도 남의 눈에 띄지 않겠다는 소망"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아 '말 없는 황소'라는 별명을 얻었던 토마스 아퀴나스가, 자신의 책 '자본'에 대한 반응이 전무하자 부정적 서평과 긍정적 서평을 직접 쓴 마르크스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이라는 책'에서 배우기를 바라며 유럽 각지를 떠돌던 모습 이상으로 은둔을 꿈꾸었던 데카르트, 정해진 일과를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던 칸트라면 이런 갑작스런 방문을 못마땅해할 수도 있겠다.
칸트라면 다방면에서 해박했음에도, 햇빛이 빈대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여겨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늘 덧창을 닫아두었다는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책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저 흥밋거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설명을 읽으면 그들의 사유가 그들의 경험에서 연유한 것임을, 철학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들의 삶의 정황과 그들의 시대에서 솟아오른 것임을 알게 된다.
신의 존재며 속성에 관한 물음이라든가 영혼의 불멸성처럼 우리 눈에는 고루하기 이를 데 없는 것 같아 보이는 문제도 실은 철학자 개인의 실존적 물음이자 당대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과제였음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