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기부채납 부담에...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각광

2024-09-15     김동현 기자
[쌍용건설]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최근 재건축 단지에서 재료와 인건비 상승의 여파로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증축 등 '리모델링'을 통한 정비사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빠른 공사가 가능하고, 높은 용적률 적용을 통해 세대수를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어 최근 다시금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1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전국 아파트는 총 153개 단지, 12만1520가구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다수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 새단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용산, 목동 등에서도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들이 즐비하다.

노후단지가 밀집한 용산구 이촌동의 경우 이촌 코오롱을 비롯해 한가람, 우성, 강촌, 한강대우아파트 등 지역 내 주요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이촌동 강촌아파트'다. 2021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22년 2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촌 한가람아파트'도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촌 코오롱아파트'(시공 삼성물산), '이촌 현대맨숀'(시공 롯데건설) 등도 리모델링을 통한 변신을 앞두고 있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리모델링 단지가 즐비하다. 과거 지역을 한번에 묶어 지구단위계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던 목동이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개별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단지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송파구에선 '문정동 현대아파트'가 지난 6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기존 1개동, 120가구를 2개동, 138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강동구 성내동 '성내삼성아파트'를 비롯해 공사비 1조원의 대어급 단지인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 등도 리모델링 추진이 한창이다.

이처럼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들이 리모델링에 나서는 이유는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한 위험요소가 많아져서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몇 년간 원자재가격과 공사비 상승 여파로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쟁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요구하는 초과이익환수제와 기부채납 등으로 인한 갈등까지 등장하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반면,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비교해 사업 진행이 수월하다.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이 돼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부터 추진이 가능하다. 논란이 되는 기부채납이나 공공임대주택 건설 조건도 없다. 즉, 인허가 절차가 단순하기 때문에 사업진행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둔 채 수선, 증축하는 방식인데다, 종세분화 전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당시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현재 법적으로 상한된 수치보다 더 많은 세대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일반분양을 통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장점을 들어 업계에서는 빠른 정비를 원하는 단지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정부차원에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규제를 풀어주면서도 기부채납 등을 과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규제완화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도 사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 속도가 빠른 데다 기부채납 등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는 것"이라며 "다만, 수직증축을 통해 가구 수를 늘리기가 어려워 재건축을 통해서도 가구수를 늘리는 게 한계가 있는 단지에 한해 사업성을 따져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